"앗, 바나나폰이잖아." 2018년 2월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는 바나나처럼 생긴 휴대폰이 눈길을 끌었다. 노키아의 전(前) 임원들이 설립한 HMC 글로벌의 'Nokia 8110 4G' 스마트폰은 바나나폰을 빼닮은 디자인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원래 바나나폰은 1996년에 출시된 'Nokia 8110'인데 특이한 외관으로 유명했다. 노키아는 바나나폰이 손에 잡기 편하고 어떤 주머니에나 쉽게 들어가며, 부드러운 곡선 디자인이 얼굴의 굴곡에 자연스레 맞는 최초의 인간공학 휴대폰이라고 홍보했다. 마이크 성능이 약했던 시절이라 송화구가 턱에 닿는다는 게 최고의 휴대폰 판매 전략이었다.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가 바나나폰을 사용하여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Nokia 8110 4G는 휘어진 본체와 슬라이딩 구조로 얼핏 원조 바나나폰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사뭇 다르다. 4G LTE로 서핑, 통화, 스트리밍을 할 수 있고 와이파이도 접속된다. 두께(14.9㎜)가 얇고, 무게(119g)도 가벼워졌으며, 200만 화소 카메라 기능이 추가되었다. 가격은 세전(稅前) 80유로(약 10만4000원)다.
20여년 전 2G 피처폰 시대에 각광받던 디자인을 4G 스마트폰에 적용하여 주목도를 높이되 '가성비(價性比)'로 승부하려는 HMC 글로벌의 전략이 엿보인다. 하지만 5G 시대를 열고 있는 선진 시장에서는 그런 접근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마이크 기술의 향상으로 송수화기의 각도는 이제 그다지 중요한 고려 사항이 아니다. 스크린 터치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 버튼을 누르는 조작은 불편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명성을 되살리려고 옛 디자인을 재현하는 데는 양면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