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송(어차피 우승은 송가인)!”
지난 4월 3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술집에선 50~60대 남녀 5명이 술잔을 들고 건배사를 외쳤다. 이들은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미스트롯) 우승자 송가인의 팬클럽 회원으로 이날 ‘번개’(즉석 모임)를 연 것이다. 모임을 소집한 이광호(62)씨가 “결승전 방영 이틀을 앞두고 전의를 다지고자 모인 것”이라며 “서로 송가인 우승을 위해 얼마나 발로 뛰었는지 확인하는 중”이라고 말하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들이 이날 풀어놓은 얘기는 마치 10~20대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응원하는 출연자를 위해 하는 방법과 비슷했다. 이씨 등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 이름으로 아이디 만들어 투표하기나 댓글 여론전(?), 홍보 영상 만들어 뿌리기 등 송가인을 우승시키기 위해 썼던 다양한 방법을 털어놓았다.
이들의 모습이 예외적인 게 아니다. 요즘 중장년층 사이에선 “‘미스트롯’ 덕분에 ‘입덕’(특정 가수의 팬이 됐다는 뜻의 은어)했다”는 고백이 유행이다. 송가인뿐 아니라 홍자, 김나희, 정다경, 정미애 등 최종 결승까지 진출한 이들은 모두 온라인 팬클럽이 생겼고, 탈락한 이 중에도 팬덤이 생긴 이가 여럿이다. 이렇게 ‘입덕’한 이들은 저마다 응원하는 ‘원픽(One Pick·응원하는 가수를 가리키는 은어)’을 공개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누구 실력이 더 나은지 온라인 댓글창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5회 방송에서 ‘미리 보는 결승전’이란 얘길 들었던 송가인과 홍자의 대결로 불거진 팬들 간 논쟁은 ‘송홍대첩’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방송 당시 홍자가 음 이탈 실수를 했음에도 승리한 것이 팬들 사이에서 논란거리였기 때문.
경쟁은 단순히 댓글 논쟁에 그치지 않는다. 경연을 펼쳐 우승자 1명을 뽑는 프로그램 특성상 특정 출연자를 응원하는 팬들은 수동적으로 시청하거나 홈페이지에 투표하는 걸로 만족하지 않는다. 많은 시청자가 선거운동을 방불케 하는 ‘내 가수 우승시키기’ 캠페인을 펼치며 ‘미스트롯’ 열풍에 동참했다. 정다경의 팬이라는 김승자(59)씨는 “아들에게 동영상 편집하는 법을 배워서 정다경의 출연 영상을 모아 홍보 영상을 만들어 카톡 단체방에 뿌렸다”며 “이 나이에 누구에게 이렇게 마음을 쏟을 수 있는 열정이 남아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