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 이명희(왼쪽)씨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오른쪽)이 2일 서울중앙지법 첫 공판을 마친 뒤 잇따라 법정을 나서고 있다.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1심 첫 재판이 2일 열렸다. 두 사람은 한 법정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에게 차례로 재판을 받았다. 이들 모녀는 2013년부터 작년 초까지 필리핀 여성 11명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먼저 법정에 선 이 전 이사장은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외국인 도우미를 구해 달라고 (남편) 비서실에 말한 것은 맞지만 체류 연장과 관련해 지시나 부탁을 하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재판이 끝난 뒤 방청석 끝줄에 앉아 조 전 부사장의 재판을 지켜봤다.

조 전 부사장은 어머니가 재판받을 때는 법정 밖에 있다가 자기 재판이 시작되자 법정으로 들어왔다.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한 그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늦은 나이에 쌍둥이를 출산해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게 됐다"며 "저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직원들에게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법적인 부분을 숙지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며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의 변호인도 "부친이 지난달 운명하신 개인적 슬픔이 있는 와중에 남편과 이혼 소송까지 진행해 육아를 혼자 책임져야 할 상황"이라며 "어머니 신세를 져야 하는데, 어머니도 재판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는 벌금 1500만원을, 그를 도운 대한항공에는 벌금 3000만원을 각각 구형(求刑)했다. 반면 이 전 이사장은 혐의를 부인해 재판을 더 진행하기로 했다.

이 전 이사장은 재판 종료 후 법정을 나서는 딸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엄마가 잘못해서 미안해. 수고했어, 우리 아기"라고 했다. 다만 법정을 떠날 때는 둘이 따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