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체포됐다 추방된 북한인 리정철의 활동과 관련한 자료를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가 2일(현지 시각) 입수해 공개했다. 자료 속에는 리정철은 김정남 암살사건 후 중국에서 자유를 누리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이날 알자지라 탐사보도팀은 리정철이 김정남 암살사건이 발생한 지 몇 달 후 노래방이 같이 있는 중국의 한 식당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확보했다. 영상 속 리정철은 한 여성과 함께 북한 노래를 같이 부르고 있다. 그 옆의 남성들은 리정철의 노래에 맞춰 팔을 흔들고 있다.

알자지라 탐사보도팀은 리정철이 김정남 암살사건이 발생한지 몇 달 후 노래방이 같이 있는 중국 내 식당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확보했다. 하얀색 동그라미 속 남성이 리정철.

리정철은 201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이 발생한 뒤 현지서 용의자로 체포된 인물이다. 경찰은 그가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화학무기 VX 신경작용제를 제조한 것으로 여겼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2017년 3월 3일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리정철을 석방한 뒤 북한으로 추방했다.

리정철은 겉으로는 말레이시아에서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수영장과 체육관이 딸린 아파트에 살면서 가끔 일식집에서 한국 소주를 마시는 평범한 사업가였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당국이 리정철로부터 노트북 3대와 휴대전화 4대, 태블릿PC 1대 등을 압수해 분석한 결과, 그는 북한의 외화벌이와 비밀 무역에 연관된 공작원이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이 살해되기 5개월 전 받은 현금 3만8000달러(약 4430만원)를 발견했지만 돈의 출처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리정철은 당시 서류상으로 ‘톰보 엔터프라이즈’라 불리는 제약회사의 IT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회사 대표는 "어디서 돈이 났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월급도 1200달러(약 140만원)에 불과했지만 회사는 그마저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알자지라는 리정철 활동을 암시하는 문서를 확보했다. 문서에 따르면 리정철은 ‘조선봉화사’라는 평양 소재의 한 무역회사의 수출대행업무를 한 것으로 추측된다. 확보한 문서 중 2017년 초 송장과 선적서류 중국 중소기업 ‘옥토플러스 리소스’에서 구입한 비누 등을 제작하는 사용되는 ‘솝 누들(soap noodles)’ 수백 톤을 수출한 내용 등이 적혀 있었다.

또 알자지라는 리정철 전화기에서 나온 자료를 분석해 그가 북한 대사 등 외교관들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사실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리정철이 대북 제재를 회피하는 것을 도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알자지라 보도와 관련, 답변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