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국당 해산 청원 동의자가 16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러자 민주당 해산 청원도 뒤늦게 올라와 25만명이 동의했다. 이 코미디 같은 일이 명색이 OECD 국가라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따지기도 부질없는 일이지만 헌법상 정당 해산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 때,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하고,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토록 하고 있다. 지금 여야 충돌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 것이다. 그저 인터넷으로 상대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을 뿐이다.

160만명이나 25만명 같은 숫자들이 제대로 된 것이라고 믿을 수도 없다. 한 사람이 수십 차례 청원도 할 수 있고, 드루킹 댓글 조작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 여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던 경남 창원의 선거 결과는 사실상 5대5였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국민과 직접 소통한다는 명분이었지만 하루 평균 700건의 무분별한 청원이 쏟아지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았다. 특정 연예인을 사형시켜 달라는 청원이 게시되는가 하면 특정 개인을 겨냥한 인신공격이나 허위 사실, 비상식적인 내용의 청원도 여러 차례 게시돼 논란이 됐다. 국민 청원 게시판이 미확인 사실을 공론화하거나 분노를 배출하는 하수구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는 '당 해산' 인터넷 경쟁에 대해 "청원 유입 경로를 살펴보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은근히 '야당 해산' 동의가 더 많은 걸 즐기는 듯하다. 실제 여론이 그렇다면 정권이 선거제도를 강제로 바꾸려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침묵하는 진짜 민심을 두려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