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로오직스 회사 모습.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분식 회계를 한 혐의점이 있다는 금융당국 판단이 나온 직후,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소속 백모 상무가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삼성전자 TF는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다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해체된 미래전략실의 후신(後身)이다.

백 상무는 최근 구속된 삼성에피스 임직원들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관련 문건에 대한 증거인멸은 그가 삼성전자 사업지원TF로 공식 발령난 시점인 2018년 하반기부터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검찰은 이들의 증거인멸에 그룹차원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30일 검찰 등에 따르면 백 상무는 지난해 6월 삼성에피스 커머셜(commercial)본부 상무에서 삼성전자 사업지원TF에 발령났다. 신생 계열사에서 그룹 주력사 임원으로 발탁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백 상무는 공식 발령이 나기 전에도 사업지원TF나 전신인 미래전략실 등에서 파견 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상무 인사가 있기 한 달 전인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삼성바이오가 2016년 상장을 앞두고 삼성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본 것이다. 분식회계가 맞는지 최종 판단을 내리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금감원 결정을 받아들이면 검찰 수사로 이어질 상황이었다. 이 때 백 상무가 삼성전자 사업지원TF로 발령난 것이다.

삼성에피스 측에서 분식회계 관련 내부 문건을 파기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도 공교롭게 백 상무의 사업지원TF 발령 이후였다. 검찰이 삼성그룹이 백 상무를 통해 삼성에피스 내 분식회계 관련 자료를 파기하도록 지휘했다고 의심하고 있는 이유다.

앞서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삼성에피스 양모 실장과 이모 부장은 검찰에서 "수사에 대비해 자료는 없앴다"면서도 윗선의 개입 여부는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삼성에피스에 대한 압수 수색 과정에서 숨기고 ‘JY(이재용)’ ‘합병’ ‘미전실’ 등의 문구가 들어있는 문서가 여럿 삭제된 흔적을 발견했다.

검찰은 백 상무 외에도 삼성그룹 내 증거인멸에 관여한 인물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 상무 역시 지난 28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지만 ‘윗선 지시를 받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