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현지 시각) 저녁 아키에 여사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와 1시간 45분 동안 만찬을 함께 했다.

이날 두 정상의 부부동반 만찬은 멜라니아 여사의 49세 생일 축하를 겸하는 자리였다. 일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멜라니아 여사의 생일을 외국 정상 부부와 함께 기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번 만찬을 통해 미·일 양국이 친밀함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2019년 4월 26일 백악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와 만찬을 함께 하기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아키에 여사는 이날 멜라니아 여사에게 차(茶)와 사기로 만든 손잡이 달린 찻주전자(急須), 그리고 찻잔 세트를 선물했다. 이 차는 아키에 여사의 지인이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진주로 만든 커프스버튼을 선물했다.

이날 만찬에 아베 총리 부부의 참석을 제안한 건 멜라니아 여사였다고 한다. 교도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만찬 전 "아베 총리 부부만큼 내가 멜라니아 여사의 생일을 함께 보내고 싶은 이들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앞서 이날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비핵화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이르면 5월 안에 미·일 양국 간 무역협상을 조기에 타결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아베 총리는 방미 이틀째인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친 뒤 귀국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를 쌓는 것을 미·일 외교의 최우선순위로 삼고 그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영토 문제로 중국·러시아 등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보호가 필요한 데다, 무역협상 등에서 일본에 불리한 조건을 피하기 위해서다. 일본 외교관들은 다가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대비해 백악관 전·현직 관료들과 학자들에게 조언을 얻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7일 아베 총리의 ‘36시간’ 출장을 보도하며 "세계의 어떤 지도자도 일본 총리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가깝게 지내려고 시도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25~28일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일본 국빈 방문하고,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데도 아베 총리가 굳이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