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76) 전 미국 부통령이 출마 일성으로 '트럼프 제거' 기치를 내걸었다. 미 언론들은 노정객 바이든이 트럼프 집권기를 국가 비상시국으로, 2020 대선을 트럼프를 없애기 위한 십자군 전쟁으로 규정하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은 25일 내놓은 대선 출마 동영상에서 "만약 트럼프가 8년을 집권하도록 내버려두면 그는 이 나라의 성격을 영원히,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그런 일을 참을 수 없다. 그것이 내가 출마한 이유다"라고 밝혔다. 그는 3분 30초짜리 동영상에서 별다른 공약 없이 시종일관 '트럼프 제거'를 내세웠다. 바이든은 "훗날 사람들은 트럼프가 집권한 4년을 '일탈의 시기'로 기억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나라의 명운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에 대한 바이든의 강공은 지금까지 출마 선언을 한 야권 후보 19명과 결이 다르다. 다른 후보들은 트럼프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자신의 정책이나 대중에 호감을 줄 만한 이력을 앞세웠다. 반(反)트럼프를 전면에 내세웠다가는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역풍을 맞거나, 선거판 자체가 '트럼프 선거'로 흘러갈 수 있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 특색 없이 고만고만한 출마 선언 사이에서 '트럼프 제거'라는 단순하고 확고한 메시지를 전한 바이든의 동영상이 유권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파격적인 바이든의 출마 선언이 시청자 시선을 잡아끄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 언론은 바이든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우선 나이가 많다. 1987년 40대에 대선에 처음 도전했을 때 바이든은 76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향해 세대교체를 요구했는데, 그랬던 그가 지금은 당시 레이건과 같은 나이다. 최근 불거진 여성들에 대한 그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여전한 논란거리다.
1991년 있었던 애니타 힐 청문회도 다시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 후보자 인준 청문회에서 토머스 후보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발한 힐이 증인으로 나왔을 때, 당시 상원 법사위원장이었던 바이든은 힐에게 쏟아지는 온갖 조롱과 야유를 방치해 사실상 남성 편을 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폭력 증언을 하겠다는 여성 3명의 출석도 허용하지 않았다.
바이든은 여성 표심을 의식한 듯 최근 28년 만에 힐에게 전화를 걸어 유감의 뜻을 전했지만, 힐은 25일 뉴욕타임스에 "'유감(sorry)'이라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성폭력 문제에 대응하는 당시 정부의 반응을 보고 여성들뿐 아니라 많은 미국인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면서 "바이든을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