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콩고 시민단체 '프리덤 파이터스' 회원들은 "국내 업체가 수출한 전자 투표기를 통해 콩고에 부정선거가 발생했다"며 지난 22일 A-WEB 본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사진은 지난해 이들이 한국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한 모습.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감사원의 특별 감사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정기 감사를 받았는데 또다시 받고 있다. 몇 달 새 감사가 다시 이뤄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선관위에 대한 감사는 국회법에 명시된 '특별 감사 청구' 때문이다. 국회법은 '국회가 의결로 감사원의 직무 범위에 속하는 사항 중 사안을 특정해 감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감사 요구안은 지난 5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선관위 같은 헌법 기관에 특별 감사 청구가 이뤄져 감사가 진행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번 감사는 선관위가 지난해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의 비위(非違)를 자체 감사해 선관위 사무총장을 지낸 김용희 A-WEB 사무총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이 배경이 됐다. A-WEB이 '미루시스템즈'라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 감사의 골자였다.

김 사무총장을 둘러싼 감사가 특별했던 것은 김 사무총장과 청와대 핵심 인사와의 친분설 등 정치적 배경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미루시스템즈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은 김 사무총장을 선관위 상임위원 직에 임명하는 것을 검토했다. 한창 검찰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인사 검증 작업까지 진행했다. 선관위 상임위원은 선관위 전체 회의에 참석하는 9명의 구성원 중 유일한 상근직. 선거 관련 사안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위치다.

김 사무총장은 그 시기 자신에 대해 감사가 이뤄지자 오히려 선관위를 감사해야 하고, 자신은 무혐의를 받을 것이라는 말을 밖으로 하고 다녔다.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 입에서 쉽게 나올 수 없는 얘기다. 본인 말대로 김 사무총장은 지난 2월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감사원은 김 사무총장을 수사 의뢰한 선관위를 다시 감사하고 있다.

선관위 안팎에선 감사에 감사가 진행되는 것을 두고 선관위가 정치적 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결국 김 사무총장을 수사 의뢰했던 것의 절차적 잘못을 지적하는 구조"라며 "이득을 얻게 될 사람 등이 정해져 있는 감사"라고 했다. 감사 청구를 주장한 국회의원 한 명과 김 사무총장이 같은 지역 출신이란 것도 뒷말을 낳는다.

미루시스템즈가 DR 콩고에 전자 투표기를 수출한 것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루시스템즈는 DR콩고에 터치스크린투표기(TVS) 10만여 대 등을 공급하는 1억7200만달러(약 1979억원) 수출 계약을 맺고 지난해 장비를 수출했다. 그런데 지난달 미국 재무부가 'DR 콩고 대선 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된 것을 확인했고 관계자들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코르네유 낭가 DR 콩고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등은 전자 투표기(electronic voting machine)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1억달러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를 개인 횡령, 뇌물, 여당 측 선거 운동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미국 자산은 동결됐고 금융 거래도 금지됐다.

전자 투표기를 DR 콩고 측에 공급한 회사 중 하나가 '미루시스템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비자금 조성에 국내 업체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미루시스템즈 측은 "비자금 문제와 회사 수출 건은 전혀 관련이 없다"며 "회사는 물건을 수출한 것일 뿐 미국의 제재 내용 등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애초부터 DR 콩고 내에선 개표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전자 투표기 도입에 반대 목소리가 많았다. DR 콩고는 1997년부터 22년간 로랑 카빌라·조셉 카빌라 대통령의 세습 통치를 겪었다. 지난해 12월 전자 투표기를 도입해 선거를 치렀고 정권 교체를 이뤘다. 그러나 당선된 펠릭스 치세케디 현 대통령 역시 투표 조작 논란에 시달렸다. 지난 22일 A-WEB 본사가 있는 인천 송도 G타워 앞에 DR 콩고 시민단체 '프리덤 파이터스' 소속원 20여 명이 모여 A-WEB과 미루시스템즈를 향해 '콩고 선거 개입을 인정하고 해산하라'며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