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피츠버그(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이상학 기자] ‘5할 타자’ 잭 그레인키(35)가 데뷔 첫 3루타를 터뜨렸다. 금발을 휘날리며 3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까지 했다. 포커 페이스로 유명한 그이지만 미소가 폈다. 4월이 지나기 전 장타 5개를 친 메이저리그 최초의 투수가 되는 기록도 썼다.

그레인키는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치러진 2019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2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애리조나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5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시즌 4승(1패)째를 올리며 평균자책점을 3.72로 낮췄다.

투구 내용도 흠잡을 데 없었지만 이날 그레인키가 주목을 끈 것은 타석이었다. 5회초 선두타자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그레인키는 피츠버그 선발투수 제임슨 타이욘의 2구째 바깥쪽 높게 들어온 93.5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 쳐 우측 빠지는 타구로 연결했다. 우측 펜스를 맞고 튀어 나온 타구를 피츠버그 우익수 그레고리 폴랑코가 따라간 사이 그레인키가 전력 질주했다.

1루와 2루를 지나 3루까지 빠르게 달렸다. 투수이지만 3루를 향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들어갔다. 헬멧이 벗겨질 정도로 거침없이 달려들었고, 3루타를 만든 뒤에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투수에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부상 위험 때문에 금기시되지만 그레인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혼신의 슬라이딩으로 만든 3루타 이후에도 그레인키는 5~7회 3이닝을 실점 없이 깔끔하게 막았다.

지난 2004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올해로 16년차 베테랑이 된 그레인키에게 3루타는 처음이었다. 이날 전까지 통산 안타 108개로 만만치 않은 타격 솜씨를 뽐낸 그레인키는 홈런 8개, 2루타 27개로 장타도 심심찮게 터뜨렸다. 그런데 3루타는 이날 첫 경험을 했고, 기분 좋은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그레인키는 지난 2013년 LA 다저스 시절 타율 3할2푼8리(58타수 19안타) 4타점으로 활약하며 투수 부문 실버슬러거상을 받았다. 올 시즌에도 타격감이 좋다. 지난 3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멀티 홈런을 터뜨리며 4타점을 올렸고, 15일 샌디에이고전에도 2루타 포함 2안타 멀티히트를 가동했다.

21일 시카고 컵스전에도 2루타를 터뜨리며 장타력을 이어간 그레인키는 이날 3루타까지 맛보며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갔다. 시즌 타격 성적은 13타수 6안타 타율 4할6푼2리. 홈런 2개, 2루타 2개, 3루타 1개로 장타가 절반 가까이 된다. 장타율 1.231. 특히 개막 3~4월에 투수가 장타 5개를 기록한 것은 지난 1913년 이후 메이저리그 최초다.

이 정도면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부럽지 않은 ‘이도류’ 선수로 손색없는 그레인키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