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이하 현지 시각) 북·러 정상회담에서 미국 주도의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해 "충분하지 않다"며 북한에 대한 정치·경제적 보상 속에 비핵화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북·러 경협 이슈들이 폭넓게 논의된 사실을 공개했다. 외교 소식통은 "하노이 회담 결렬로 제재 완화의 기회를 놓치며 궁지에 몰린 북한을 적극 후원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제재에 따라 올해 말까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북한 노동자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들의 권리 문제를 풀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남·북·러 철도 연결 사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날 '대북 제재로 3국 연결 철도 사업 진행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오늘 북·러 회담에서도 이 문제와 함께 남·북·러 가스관·전력망 연결 프로젝트도 논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이 사업들을 원하지만,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사업이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이 같은 사업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그는 미·북 양자 체제인 북한 비핵화 협상을 '6자 회담'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 전망을 묻는 질문에 "비핵화는 일정 정도 북한의 군비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북한에는 자국 안보와 주권 유지를 위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상호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며 "러시아와 중국 등이 참여한 '6자 회담'을 통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정은이 회담에서 미국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날 논의된 북한의 입장을 미국과 중국 정부에도 전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최대 후원국인 중국은 이날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나온 소식을 보면 비교적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대북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중·러가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대북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경쟁적으로 강조하면서 북·중·러 공조가 긴밀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날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러시아의 '6자 회담' 재개 주장에 대해 "현재 (미·북 간) 톱 다운 방식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비핵화 협상)에 필수적"이라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