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일본의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국유화를 계기로 단교(斷交) 직전까지 갔던 중·일 관계가 급속히 정상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미국이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외교·경제·국방 분야에서 만든 대중(對中) 포위망을 약화시키기 위해 중국이 일본을 끌어당긴 것이 최근 '중·일 밀착'의 가장 큰 요인이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이 영해로 삼으려는 남중국해에서 모두 4차례에 걸쳐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전개하며 중국 견제에 나섰다. 미 태평양 사령부 명칭을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바꿔가며 시진핑 주석이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에 제동을 걸었다. 무역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전방위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을 시작했고, '중국 제조 2025'를 억제하기 위해 중국 과학자 등 전문가의 미국 비자 발급도 제한하고 있다. 또 차세대 통신 기술인 '5G' 분야에서 화웨이가 미국뿐 아니라 동맹국에서도 발붙이지 못하게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봉쇄망을 뚫기 위해 일본에 손을 내밀었다고 할 수 있다. 원천 기술을 다수 보유한 일본은 미국에서는 입수가 불가능한 '중국 제조 2025'과 관련한 기술 습득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일 화해는 깊어지는 미·중 갈등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중국이 일본에 접근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일본으로서도 중국과 화해하는 일은 '트럼프 헤징(트럼프 위험 회피)' 성격이 있다. 지난해 일본의 중앙 일간지에는 '묘혈(墓穴)을 판 트럼프' '미국의 요구에 다국적 대처를 하자'는 제목의 사설이 잇따라 등장할 정도로 트럼프에 대한 경계감이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로 동맹을 위협하고 있다는 의미로 '동맹 불황(不況)'이라는 유행어도 나왔다. 일본의 최근 대중 정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동맹·무역 정책에 마냥 끌려갈 수만은 없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외교를 다변화해 트럼프가 만들고 있는 '동맹 불황' 시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13억 인구를 대상으로 한 무역 확대가 결국 일본 경제의 활로라는 판단도 새로운 대중 정책에 일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