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울포위츠〈사진〉 전(前) 미 국방부 부장관은 23일 본지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리더십은 본질적으로 과거 북한 정권의 리더십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며 "김정은의 핵 포기 의지를 확인하지 못한 현 상황에선 비핵화 개념 정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예일대 교수 출신으로 네오콘(신보수주의)의 핵심이었던 그는 2001~2005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장관을 지낸 뒤 세계은행 총재를 역임했다. 앞서 1982~1986년엔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한반도 문제를 다뤘다.

이날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포럼 '아산 플래넘 2019: 한국의 선택'에 참석한 울포위츠 전 부장관은 "북한의 모호한 약속만 믿고 '북핵 해결의 열쇠'인 제재를 완화해선 안 된다"고 했다. 또 자신이 국방부 차관을 맡고 있던 1990년대 초 북핵 협상의 실패사(史)를 언급하며 "북핵 협상들이 매우 모호하게 진행되고 파기되는 동안 북한은 계속 핵 능력을 키워왔기 때문에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이 제거돼야 하는지에 대한 완벽한 선언과 정직한 공개·검증"이라고도 했다.

울포위츠 전 부장관은 "김정은은 세계에서 가장 전제주의적인 정권을 유지하고 있고, 북한 주민들의 삶도 여전히 피폐하다"며 "모든 면에서 과거 북한 지도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서 어떤 핵·미사일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지 우린 모른다"고 했다.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과 달리 비핵화의 길을 택할 것'이란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갖고 있는 '우리는 한민족' 정서에 공감은 하지만,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지속한다면 평화와 통일은 더 멀어질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는 (한·미가) 대화와 온건한 접근으로 비핵화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대북 제재·압박, 한·미·일 공조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