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 사개특위·정개특위 패스트트랙 지정 저지 시도 나설 듯
패스트트랙 지정 저지 못 하면 탈당 등 결행 나설 가능성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키로 한 여야 4당 합의안이 23일 의원총회에서 추인되자 "당의 현실에 자괴감이 들고, 앞으로 당의 진로에 대해서 동지들과 심각히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 등 바른정당 출신들은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것과, 여기에 공수처 설치법까지 묶어 처리하는 데 강하게 반발해왔다. 그럼에도 김관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이를 추인함에 따라 일정기간 당내 투쟁을 거쳐 결국 탈당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키로 4당이 합의한 오는 25일이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3일 바른미래당 이혜훈(왼쪽부터), 유승민, 지상욱, 정병국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유 의원은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 개정은 다수의 힘으로 안된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런 식으로 당 의사결정이 된 것은 굉장히 문제가 심각하다"며 "의총 논의 과정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지 못하면 당론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라고 했다. 유 의원 등은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패스트트랙 지정 문제를 추진하자고 했지만, 김관영 원내대표 등은 ‘과반 찬성’ 방식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이날 의총 참석 의원 23명 중 12명이 찬성해 당론으로 추인됐다.

유 의원은 특히 "오늘 결정은 당론이 아니기 때문에 원내대표가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을 절대 사보임할 수 없다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국당을 뺀 여야4당은 전날 패스트트랙 추진에 합의하면서, 오는 25일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사개특위에서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키로 했다. 그런 만큼 25일 사개특위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겠다는 게 유 의원 생각으로 보인다.

국회 정개특위(선거제 개편안)와 사개특위(공수처 설치법) 전체 위원 수는 각각 18명이다. 패스트트랙은 전체 상임위원의 5분의 3(11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한데, 사개특위는 한국당 위원이 7명이므로, 오신환·권은희 의원 중 한명만 한국당과 함께 반대 표를 던져도 패스트트랙 지정이 불가능하다. 정개특위는 한국당 6명이고, 이번 합의안을 만들어낸 여야 4당 소속 의원들이 총 12명이다. 바른미래당 소속 위원인 김동철·김성식 의원은 패스트트랙에 찬성하는 쪽이다. 그러나 두 법안은 패키지로 묶여 있기 때문에, 정개특위·사개특위 어느 한쪽에서만 패스트트랙 지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처리가 어렵다. 오·권 의원 중 한명을 설득해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겠다는 게 유 의원 생각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대표를 지낸 이혜훈 의원도 이날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통화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저지하도록 투쟁해 나가겠다"며 "예를 들어 사개특위 소속 위원을 찾아 (패스트트랙 상정을 반대하도록) 설득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상정이 당론으로 결정된 만큼 바른정당계의 내부 투쟁이 승산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의총 표결 과정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패스트트랙 찬성파가 과반으로 확인된 이상 유 의원 등 바른정당계의 당내 투쟁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는 전체 의원 29명 중 8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결국 유 의원 등 일부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한 당내 투쟁을 좀 더 이어가다 결국 탈당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설치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갈등 이면에는 ‘범여권 다수연대’와 ‘보수통합’을 둘러싼 정치적 노선 갈등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당이 강력 반발하는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을 바른미래당이 추인한 이상, 유 의원 등 보수통합파들이 바른미래당에 머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보수통합’을 주장해온 이언주 의원도 이날 탈당을 선언했다. 한 바른정당계 인사는 "패스트트랙 지정이 이뤄지면 유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일부 인사들이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