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지난해 10월 말 이후로 6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틀어막으면서 공급부족 우려가 커졌다.
22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59%(1.66달러) 급등한 6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이날 전일 대비 배럴당 2.99%(2.15달러) 뛴 74.12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백악관은 앞서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 등 8개국에 대한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예외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동맹들은 이란에 대해 최대한의 경제 압박을 유지하고 확대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예외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트위터에 "이란 정권에 대한 최대 압박은 말 그대로 최대 압박을 의미한다"며 "이것이 미국이 예외조치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트럼트 행정부는 지난해 5월 이란과의 핵 합의 파기를 선언한 뒤 대(對)이란 경제 제재 조치를 되살리며 각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를 요구했다. 이란이 2015년 7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독일과 핵 합의를 맺은 이후에도 핵 프로그램 감축 등 합의 조건을 어겼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우리나라와 중국·인도·이탈리아·그리스·일본·대만·터키 등 8개국에 대해선 경제적 충격 등을 고려해 오는 5월 3일까지 6개월간의 한시적 예외를 인정해줬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5월 2일 0시를 기해 한국 등 8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은 사실상 봉쇄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함께 글로벌 원유 공급량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당분간 이란발(發) 공급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사우디가 미국의 요구대로 순순히 원유 증산에 나설지 의문이다. 유가 하락을 촉구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사우디 왕실은 고유가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이란산 원유를 대체하기 위해 최근에 줄였던 원유 생산량을 다시 늘리면 사우디의 원유재고량 전체가 소진되거나 거의 고갈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행보도 변수다.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제재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IHS의 짐 버크하드 수석연구원은 "이란산 원유 수입 전체를 막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미국의 목표 달성은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에 달려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