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미·중·일·러와 북한이 참여하는 외교 일정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지만 한국만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고수하다가 '외교 수퍼 위크(week)' 기간에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일 외교·국방장관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2+2 안보협의회'를 갖고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와 제재 전면 이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미·일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양국의 공조를 과시하는 자리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멜라니아 여사의 생일 축하연에 참석한다. 27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칠 예정이다.

24~25일에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갖는다. 김정은은 23일 블라디보스토크행 열차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엄구호 한양대 교수는 "김정은은 러시아로부터 외교·경제적인 지지를 받아냄으로써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있다'는 메시지를 주변국들에 보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 이후 곧바로 베이징으로 가서 일대일로(一帶一路) 포럼에 참석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러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중·일 관계도 급속히 정상화되고 있다. 23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리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 관함식에는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참가한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우리 해군이 제주 앞바다에서 주최한 국제관함식에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욱일기 게양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거부하고 아예 불참했다. 중국 측은 이번 일본 함정의 욱일기 게양을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4강 외교가 대북 정책의 블랙홀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 시절 '전략적 균형자론'도 미·중·일 어느 누구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교훈 삼아야 한다"고 했다. 위성락 전 주러 대사는 "외교가 전반적으로 동력을 잃은 상황"이라며 "대일 관계는 역사 문제를 구분하는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