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증원' 놓고 정면충돌
로스쿨 학생·현역 변호사들 1m 앞서 찬·반 집회

"후배 희생양 삼아 밥그릇 지키려는 기성 법조인은 부끄러운 줄 알라."(법학전문대학원 측)
"후배들이 꿈꾸는 변호사의 실상이 어떤지 보라. '유사직역'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대한변협 이찬희 회장)

22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변호사협회 앞. 불과 1m 거리를 두고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변호사 200여명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졸업·재학생 30여명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증원’ 문제를 두고 찬반 집회를 벌였다. 찬성 입장을 가진 로스쿨 측이 "변호사 시험을 자격시험화 하라"고 소리치자, 대한변협 측은 "법조 유사직역(변리사·세무사·노무사 등 법률서비스 중 일부를 취급하는 자격사) 철폐가 선행돼야 로스쿨 제도가 정착된다"고 맞섰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앞에서 열린 변호사시험 합격자수 증원을 찬성 집회에서 전남대 로스쿨 출신 양필구(34)씨가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다.

로스쿨 측은 대한변협에 항의하며 삭발식도 열었다. 삭발식 도중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이 자리를 뜨려하자, 찬성 측 집회 참가자들은 "왜 가시냐. 후배들 말을 끝까지 들으라"며 이 회장을 향해 소리쳤다. 이날 시위는 반대 측 시위자들이 먼저 해산한 뒤 찬성 측이 변호사시험법 헌법소원심판 청구서 제출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을 끝으로 정리됐다.

◇찬성 측 "로스쿨생도 먹고 살길 열어달라"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증원을 요구하는 로스쿨 측은 매년 떨어지는 변호사 자격시험 합격률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첫 변시가 치러진 2012년 87%였던 합격률은 이듬해인 2013년 75%로 떨어지더니 2014~2015년에 60%대, 2016~2017년 50%대, 작년에는 처음으로 절반 아래(49%)로 떨어졌다.

법무부는 2009년 3월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면서 변시 합격자 수를 로스쿨 입학정원의 75%로 정했다. 이에 따라 합격자 수는 매년 1500명 안팎으로 고정됐다. 변호사 수 증원에 따른 수임료 하락 등 법조계에 미칠 충격파를 줄인다는 게 이유였다. 재수·삼수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매년 합격률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제1회 변시 응시자는 1665명이었지만, 지난달 치러진 제8회 응시자는 두 배인 3330명으로 늘었다.

다만 응시 기회를 최대 5번으로 정하면서,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변시에 더 이상 응시할 수 없는 이른바 ‘오탈자(5번 떨어졌다는 뜻)’도 벌써 441명이 됐다. 이날 찬성 측 시위 참가자들은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변호사 시험을 자격시험화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원광대 로스쿨 출신 이경수(38)씨는 "로스쿨 제도는 변호사 수를 늘려 낮은 수임료에도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법 민주화'를 이루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인데, 기성 법조인이 특권을 유지하려고 변시 합격자 수 증원에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강원대 로스쿨 졸업생 한상균(29)씨는 "법 실무와 인권을 교육하는 본 취지가 퇴색하고, 변시가 시험 점수에만 매달리게 하는 고시지옥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변시 합격자 수 등을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제10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다음주 안에 헌재에 제출키로 했다.

◇반대 측 "'유사직역' 철폐부터하고 늘려야"
같은 시각 대한변협 소속 변호사들은 '로스쿨제도 정착은 유사직역 정리로부터' '유사직역 철폐하고 법조시장 화합하자' 등의 팻말을 들고 맞불 집회를 열였다.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합격자 증원 반대는 변호사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유사직역 문제를 먼저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22일 오전 대한변호사협회는 서초동 변호사회관 앞에서 “유사직역 철폐없이 변시 합격자수 증원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대한변협은 앞서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법조 유사직역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년 수준 이상으로 법조인 배출 수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유사직역은 변리사·세무사 등 법조인들과 비슷한 법률서비스 업무를 수행하는 직군을 말한다. 변협 측은 이들이 변호사의 고유 업무를 뺏아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장은 "(로스쿨) 학생들이 꿈꾸는 변호사들이 현재 (유사직역 문제로 인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보라고 하고싶다"며 "(변시 합격자 수) 증원보다 큰 틀에서 법조계가 바로 서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라"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도입 9년만에 처음으로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기준을 소위원회에서 재논의하는 방안’의 안건을 관리위원회에 상정하는 등 입학정원 기준을 재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