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가 수면 부족을 호소해 처방전 없이 프로포폴을 직접 주사해줬다." 지난 19일 성형외과 의사 이모(43)씨가 동거녀 강모(28)씨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며 한 말이다. 전형적인 프로포폴 오·남용에 해당되는 발언이다. 강씨는 그보다 하루 앞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프로포폴 수액 바늘을 팔에 꽂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본인이 반성하고 있으며, 증거도 이미 수집됐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프로포폴은 정맥주사용 마취유도제로, 전신 마취에 앞서 마취를 유도하거나 수술 중 마취를 유지하는 데 쓰인다. 프로포폴을 맞으면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 '고단할 때 맞는 주사'로 잘못 알려졌지만 의학적 용도는 수면 마취로 제한된다. 프로포폴은 신체적인 중독성은 없지만, 투약하고 나면 깊은 잠을 잔 듯한 개운한 느낌이 든다. 이 때문에 정신적 의존성이 높아, 2011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여러 차례 관리 강화 대책을 내놨지만 허점은 여전히 많다. 의료기관과 의사가 약품 사용을 보고하는 절차만 복잡해졌을 뿐 정작 보고가 허위인지 아닌지 가려낼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손으로 작성하던 향정신성의약품 관리 대장을 작년 5월 전산화했다. 마약류의 제조·수입·유통·사용 전 과정을 상시 감시하겠다는 취지였다. 제약사가 프로포폴을 만들면 '제조 보고', 중간 도매상에게 판매할 때 '판매 보고', 병·의원이 도매상에서 구입할 땐 '구매 보고', 이를 실제 처방·투약할 때 '처방·투약 보고'를 받는 시스템이다. 프로포폴은 향정신성의약품 중에서도 중점 관리 품목이라, 처방·투약한 지 7일 이내에 의사가 품명과 수량, 환자 주민번호, 질병기호를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허위 보고'를 걸러낼 장치가 마땅치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병·의원과 의사가 거짓말을 적어내면 적발이 쉽지 않다"고 했다. 모든 처방 건수를 전수조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전체 투약량만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 식약처가 적발하기 어렵다.

실제로 일부 의사들은 사망자 명의를 도용하거나, 기록한 투약량보다 적게 투약하고 이를 모아 다른 용도로 돌리는 수법을 쓴다. 한 강남 소재 성형외과 원장은 "신고 내용을 검토해 안 맞으면 실사를 나오게 돼 있지만, 의도적으로 보고를 빠뜨리려고 마음먹는다면 막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