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6~21세 학령기 인구수는 약 804만명이다. 2010년 약 995만명에서 191만명 감소했다. 학령기 인구수가 계속 줄면서, 교육계 전반은 피할 수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 휑한 교실, 문 닫을 위기에 처한 대학 등이 현실화됐다.
반면 에듀테크 시장은 호황이다. 에듀테크는 교육 서비스에 정보통신기술이나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면서 성장한 신산업이다. 교육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이러닝에서 더 나아가 개인 맞춤형 교육을 하거나 새로운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시장조사기관 에드테크엑스글로벌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2020년 2520억달러(한화 약 286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 시장 규모도 올해 약 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스타트업, 빠르게 다양한 영역 개척
에듀테크 시장을 발 빠르게 두드린 것은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은 자가학습 이러닝이나 디지털 교육 자료 제작, 강의 등에 치중했던 기존 교육 사업이 아닌 다양한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활발하게 진출하는 분야 중 하나는 외국어 교육 영역이다. 외국어 교육 에듀테크 기업의 특징은 높은 수준의 기술력보다 원어민과 학습자를 1대1로 연결해 흡사 과외처럼 학습을 돕는다는 점이다. 문법 등 영어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교육보다 실제 생활에서 쓸 수 있는 회화 위주의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많다.
게임과 교육을 접목한 에듀테크 산업의 성장도 눈에 띈다. 이른바 게임 베이스드 러닝(Game based Learning)이다. 손진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 이러닝학과 교수는 "몰입도가 높은 게임을 교육과 접목해 소통과 협력,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 게임 베이스드 러닝은 앞으로 주목되는 에듀테크 분야"라고 설명했다.
성인 교육도 스타트업이 많이 진출한 분야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기업에서 부딪히는 실무를 교육하거나 전직(轉職) 관련 콘텐츠 등을 서비스한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평생교육 수요가 늘어 나타난 현상이다. 패스트캠퍼스, 스터디파이 등이 관련 서비스를 한다. 김태우 스터디파이 대표는 "성인 재교육 수요는 외국어 교육이나 실무·기술교육 등 다양하고, 젊은 학습자들은 디지털 기기 활용에도 친숙해 스타트업이 뛰어들어 활동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를 AI로 분석… 맞춤형 학습 집중
이와 달리 기존 교육 기업이 진출하는 분야는 다소 한정적이다.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개인 맞춤형 교육을 하는 영역이다.
경쟁력은 있다. 똑같은 과정과 진도를 공부하는 것에서 탈피해 학습자의 강점과 약점을 AI가 분석해 학습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다년간 입시·보습 교육으로 축적한 학습자 데이터가 교육 기업의 개인 맞춤형 교육 서비스 진출에 동력이 됐다.
웅진씽크빅은 AI에 기반을 둔 데이터 분석 기술을 토대로 개인별 맞춤 도서를 추천해주는 '웅진북클럽'으로 벼랑 끝에서 회생했다. 구몬학습이란 대표 브랜드를 보유한 교원그룹도 '스마트구몬'과 '스마트빨간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교와 시공그룹도 AI와 빅데이터를 결합한 교육 프로그램 '서밋수학'과 '아이스크림 홈런'으로 각각 성과를 냈다. 시공그룹 계열사인 시공미디어는 이런 성과에 고무돼 아예 아이스크림미디어로 사명을 바꿨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고 있다. 특히 한류 열풍이 거센 베트남과 영유아와 학령기 인구가 많은 인도 등 아시아 시장이 타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교육적 영향을 연구해온 이호건 청주대 무역학과 교수는 "국내 학교는 수직적인 관료문화가 강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 보수적"이라며 "이 때문에 에듀테크 기업의 학교 진출이 정체돼, 해외 진출을 통한 시장 선점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재환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은 "교육 기업들은 학습지 제작과 집합강의 등 지금 사업 모델이 더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진단을 내렸다"며 "해외 진출을 위해선 콘텐츠보다 시스템을 수출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혁신 대상 못 찾겠다" 사업 모델 구축 어려움
반면 여전히 에듀테크 산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교육 기업도 많다. 이들은 특히 기존 사업 중 기술과 접목해 효과를 볼 수 있는 영역을 찾는 게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에듀테크 시장이 커지고, 생존을 위해 진출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뚜렷한 '사업 모델'을 찾긴 수월치 않다는 얘기다. 외국어 교육 교재를 만들어온 한 업체 관계자는 "교과서 시장도 디지털 교과서로 많이 바뀌고 있는데 여기에 AI 기술을 접목해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한다고 해서 실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구매자인 학부모의 마음을 얻는 것도 어려움이다. 또 다른 교육 기업 관계자는 "아이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학습하는 모습을 학부모가 얼마나 허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법제도적 규제도 있다. 에듀테크 핵심 기술을 관장하는 정부 주무 부처가 제각각이다 보니 자연히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교육적 효과도 담보하기 어렵다. 3D나 클라우드·가상현실(VR) 같은 분야 기술을 활용하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평생교육이면 교육부와, 직업훈련이면 고용노동부와 협의해야 하는 식이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국내 교육 당국은 학교 무선인터넷망(Wifi)이나 클라우드 활용도 보안을 이유로 규제하고 있다"며 "이런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지 않으면 에듀테크의 지속 발전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기술 확보'투자·인수·액셀러레이팅' 갈려
기술력 확보도 큰 어려움이다. 현재 교육 기업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확보하거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창업지원)을 주관해 기술 제휴를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인수의 경우엔 교육 기업이 원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스타트업이 나서는 경우도 있다. 실제 지난해 교육 기업에 인수된 스타트업 한 곳은 인수를 결정하기 전 복수의 교육 기업에 인수 의향을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 에듀테크 스타트업 대표는 "시장 안착에 실패한 스타트업이 핵심 기술을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교육 기업으로 넘기거나 기업 자체를 매각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아예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곳도 있다. 최근 클라우드 학습 플랫폼'FEL 4.0(Future Education Lab 4.0)'을 내놓은 비상교육이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한 사례다. 비상교육은 5년간 약 200억원을 투자해 이를 구축했다. 휴넷도 성인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하는 AI 학습 관리 시스템 '랩스(LABS)'를 자체 개발했다.
자체 개발과 인수의 중간 형태가 천재교육이 시도한 에듀테크센터 설립이다. 천재교육은 2015년 에듀테크센터를 설립해 에듀테크 스타트업 기업에 무료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정환 천재교육 IT 본부장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해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꾸려나가기 위한 '하이브리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