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은 전신주 개폐기에 연결된 전선이 끊어지면서 생긴 불꽃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전력 공급망을 관리하는 한국전력의 책임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높다. 당초 한전은 강풍에 날아온 이물질이 전선에 닿으면서 불꽃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배상 책임 여부에 대해서도 "공급 약관 손해배상 면책 조항에 따라 한전의 고의나 중대 과실이 아닌 경우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국과수는 지난 17일 강풍에 전선이 굽혀졌다 펴지기를 반복하다가 끊어져 불꽃이 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한전의 관리 책임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토대로 한전의 전신주 설치와 관리상의 과실 유무를 수사할 예정이다. 한전은 이에 대해 "경찰 수사에 성실히 응할 예정"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지원 방안 등에 대한 한전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산불의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한전이 개폐기나 전선 등 설비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했거나 안전장치 미설치 등 규정을 위반한 사실 등이 드러나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불가항력의 자연재해가 아니라 한전의 관리 부실이나 장비 결함 등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한전이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