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강제수용소의 경비병에게 살인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독일 함부르크 검찰은 18일(현지 시각) 브루노 D(92) 전 나치 강제수용소 경비병을 5230건의 살인 방조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5230'이란 숫자는 브루노의 수용소 근무 기간 동안 이곳에서 살해된 유대인 수감자 수다. 적극적으로 살해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학살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이를 지원했다면 살인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다. 브루노는 열일곱 살 청소년이었던 1944년부터 9개월간 폴란드 슈투트호프 수용소에서 경비병으로 일했다.

브루노는 "경비병으로 일할 때 유대인들이 가스실로 끌려들어가 살해되는 것을 봤다"고 자신에 대한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경비병직을 버리고) 도망갔다 해도 그게 무슨 소용이 있었겠느냐"며 "그들(나치)은 또 다른 사람을 찾아 내 자리를 메꿨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함부르크 검찰은 "브루노는 살인 기계의 작은 바퀴였다"면서 "유대인 수감자들이 악의적이고 잔인하게 살해되는 데 명백히 협력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학살을 방관한 것으로 보지 않고, 학살이 벌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독일에서는 나치에 소극적으로 가담한 사람들에게도 엄격한 잣대로 죄를 묻고 있다. 2011년 뮌헨 법원은 처음으로 나치수용소에서 대량 학살을 방관한 것도 살인방조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