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성당의 3D 모델링 이미지로 화제가 된 PC 게임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시기, 혁명군이 점령한 노트르담 대성당. 까맣고 긴 망토 차림에 고개를 숙인 한 남자가 성당 주위 포효하는 군중 사이로 잠입한다. 암살자가 되어 암살 대상 9명을 찾아내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의 한 장면. 게임 영상에서 플레이어는 노트르담 대성당 내·외부를 자유롭게 이동한다. 종탑과 종탑 사이를 뛰어다니거나 외벽을 제약 없이 기어오르는 동작은 곡예 액션 '파쿠르'의 움직임을 차용했다. 건물벽을 타고 지붕 꼭대기로 올라가 성당 주위를 '버드 아이 뷰(a bird's-eye view·높은 곳에서 조망하는 관점)'로 내려다보면 파리 센강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부의 성가대석을 뛰어넘어 '장미창' 스테인드글라스를 올려다보기도 하고, 난간 곳곳의 괴수 형태 석조 조각상을 빠르게 훑기도 한다.

실제 성당 모습을 세밀하게 고증한 걸로 알려진 이 게임이 지난 16일 새벽(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주목받고 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그 다음 날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는 혁명기 파리 슬럼가와 호화로운 궁전뿐 아니라 노트르담 대성당 같은 유적 재현에도 공을 들였다"며 "출시 당시 게임 디자이너는 2년을 투자해 역사학자와 함께 벽돌 하나까지 강박적으로 고증하는 수고를 들였다"고 언급했다. 해외 게임 매체인 피시게임스엔(PCGamesN)은 "게임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을 자세하게 탐색하는 기능은 화재로 손상된 부분을 재건할 때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파리의 역사적 랜드마크를 복원하는 데 유용한 게임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네티즌들은 "게임 모델링이 성당 재건에 사용된다면 게임의 순기능이 될 것"이라며 반색했다. 한 네티즌은 "현재로서 간접적으로나마 성당을 관람할 몇 안 되는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임의 제조사인 유비소프트 한국 지사 관계자는 "게임의 모델링이 재현 비율·건물 묘사 측면에서 현실감 있게 고증된 탓에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게임의 무료 체험판도 한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회사 측은 홈페이지 안내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노트르담 대성당의 위엄과 아름다움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며 "나라별 현지 시각으로 17일 오후 11시부터 25일 오후 4시까지 PC 버전 체험판을 무료 배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