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너무 지체돼서 이제 이동하셔야 합니다."
"기다리세요. 손이라도 한 번씩들 잡고 가겠습니다."
18일 오후 2시 30분 충남 공주시 우성면 공주보사무소. 지역 주민 40여명과 '문재인 정부 4대강 보 파괴 저지' 간담회를 마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비서실장의 재촉에도 다가오는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대화를 나눴다. 주민들은 "살기가 너무 어렵다" "우리를 좀 지켜주시라"고 했고, 황 대표는 "애 많이 쓰고 계시는데 어떻게든 보(洑) 철거를 막아내겠다"고 했다.
이날 황 대표는 지난주부터 시작한 민생 행보의 일환으로 공주보와 세종보를 찾아 주민들 목소리를 들었다. 환경부가 지난 2월 공주보 부분 해체와 세종보 해체를 결정한 것에 대해 황 대표는 "정부가 당사자인 주민들 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좌파 환경·시민단체 말만 듣고 보를 해체하려고 한다"며 "이념을 지키겠다고 혈세를 낭비해서 되겠느냐"고 했다. "정책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치로 풀려고 하니 이렇게 일이 어려워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주민들도 거세게 정부의 보 철거 결정을 성토했다. 한 농민은 "지금 보의 수문을 개방한 것만으로도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다"며 "우리는 물이 필요할 뿐인데 보 해체까지 해버리면 생업을 포기하라는 얘기"라고 했다. 한 어민은 "환경부에서 수질 때문에 보를 때려 부순다고 하는데 지금 오히려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고기 아가미에 거머리떼가 달라붙어 떼죽음 당하고 있다"고 했다. 공주시 발전협의회 오동호 사무국장은 "수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조절하면 되는데 무작정 보를 철거하겠다고 해 지역 관광산업도 망하게 생겼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들에게 "집권당이 아닌 야당이지만 제대로 투쟁하겠다"고 했다. 간담회장에 나온 환경부 공무원을 향해서는 "위의 어려운 분이 뭘 시킨다고 해서 신속하게만 하는 게 공무원의 자세가 아니고 검증하고 따져 봐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기자에게 "보 철거는 지난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며 "하지만 이분들에게 물은 생명이기 때문에 꼭 지켜 드릴 것"이라고 했다.
세종보 방문 길에는 지역 환경 단체 관계자들과 정의당원 10여명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강 살리기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규탄한다"고 구호를 외쳤다. 황 대표는 시위대를 지나쳐 가는 10여초간 고개를 돌려 이들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어서 세종시당을 찾아가 "정권의 막무가내 보 철거를 막기 위해 강력한 투쟁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세종시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지역구다. 한 당직자가 "현 정권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세종에 대표님이 출마할 생각은 없으시냐"고 묻자 황 대표는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총선 압승에 진력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내년 총선 240석 목표' 발언에 대해선 "관점부터 잘못됐다. 국민 마음을 얻어야 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당원들을 향해선 "우리는 이겨본 경험을 많이 갖고 있는 정당이기 때문에 단합만 하면 어떤 선거든 이긴다"며 "바닥을 쳤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했다.
황 대표는 지난 17일로 취임 50일을 맞았다. 본지 인터뷰에서 "아직도 한국당이 국민들 신뢰와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민생 현장에서 우리가 오해받고 있는 부분을 풀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철회와 조국 민정수석 파면을 요구하는 자신의 '최후통첩'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주말쯤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의원·당직자·지지자들과 함께 광화문 일대 장외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제1 야당이 대통령을 향해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어떤 형태로든 대답을 하는 게 사람의 도리 아니냐"며 "이제 거리에서도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줄 때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