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 의결 요건, '3분의2'냐 '과반'이냐 놓고 다투다가 "표결할 필요도 없다"고 결론
김관영 "홍영표와 더 협상해 합의안 문서로 작성한 뒤 다시 의원 뜻 모으겠다"
박주선 "제3지대 빅텐트 펴야"…유승민 "개혁적 중도보수정당 돼야"
'갈라서기냐 봉합이냐.' 바른미래당의 '미래'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던 18일 바른미래당 의원총회는 아무런 결론 없이 끝났다. 이 과정에서 당 내홍만 다시 확인됐다. 이날 의총은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 등 사법제도 개편안 처리 문제에 대한 당론을 결정하기 위해 소집됐다. 하지만 표결은 물론 추후 논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표면적으론 이 법안들을 둘러싼 찬반 의견 대립이 원인이었지만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당내 호남계 의원들과, 보수 통합에 생각이 기울어져 있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갈등이 뒤에 깔려있다는 말이 나온다.
◇홍영표 "내용 모른다" 발언에 표결 무산
바른미래당은 이날 의총에서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법안을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한 입장을 당론으로 결정할 계획이었다. 바른미래당은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는데, 김관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이에 합의했다고 의총에서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그런데 의총이 진행되던 중 민주당이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바른미래당 의원들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날 오전 9시 시작된 의총은 3시간 30분이 지난 낮 12시30분쯤이 돼서야 끝났다. 의총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손학규 대표는 오전 11시에 참석하기로 예정됐던 제39회 장애인의 날 행사 일정을 취소했다.
김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의총 중간에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제가 '최종 합의안'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부인하는 발언이 나왔다. 최종 합의된 내용을 상대당에서 번복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합의된 안을 전제로 논의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의 발언이 나온 뒤 (선거제도 개편안, 공수처법안, 검·경 수사권 분리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지정에 부정적 견해를 가진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며 "조만간 바른미래당과 민주당이 공수처법 합의안을 문서로 작성하고, 그 다음 합의문을 기초로 다시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10분쯤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이 의총에서 논의하고 있던 공수처 설치법 안에 대해 "문제가 있는지 보고 나서 이야기하겠다"라며 "아직 내용을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자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의총 중간에 나와 "홍 원내대표가 공수처법에 전혀 합의된 바가 없다고 이야기했고, 그 이후 '더 이상 논의할 필요도 없는 게 아니냐'고 많은 의원들이 말했다"라며 "공수처법안 내용에 대한 찬반 또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것이냐에 대해 논의할 필요도 없다고 많은 의원들이 의견을 모았다"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최근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이날 의총을 참관하겠다며 회의장에 들어왔다.
이날 김 원내대표가 의총에서 논의한 공수처법안은 공수처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고, 검사와 판사, 경무관 급 이상의 경찰에 대한 기소권만 공수처에 남겨두자는 내용이다. 바른미래당은 지난달 의원총회에서 공수처법과 관련해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자는 당론이 관철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며 민주당과 관련 논의를 진행해 왔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합의가 이뤄지면 당론으로 추인받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협상 상대방인 홍 원내대표가 합의 자체를 부인하면서 더 이상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싱겁게 끝난 것이다.
◇'호남신당' 주장 놓고 찬반 맞서
이날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선 당의 진로를 두고도 토론을 벌였다.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박주선 의원이 평화당 중진 의원, 원로들과 회동을 가졌고, 손 대표도 '호남 신당'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호남 신당’에 부정적인 지상욱 의원은 토론에서 "제3지대 신당창당설(이른바 '호남 신당')은 절대 안 된다"라며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해 박 의원은 각성하라"고 촉구했고, 박 의원은 "제3지대에서 '빅 텐트'를 치는 작업을 바른미래당이 주도하자"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이 끝날 즈음 의총장을 나온 박 의원은 "기득권 거대 정당인 자유한국당과 신적폐 무능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대체하는 제3당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바른미래당이 주도해서 제3지대에서 빅텐트를 쳐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빅텐트 안에 평화당을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역시 호남계인 주승용 의원은 "손 대표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전했다.
반면 바른정당계 구심점인 유승민 의원은 호남계 의원들이 제기하는 '제3지대론'에 대해 "지역정당이 되겠다, 평화당과 합쳐 호남에서 의석을 얻겠다는 생각을 해선 살아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은 스스로 개혁적 중도보수정당이 되어 살아남고, 국민의 마음을 얻을 생각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당원권이 정지됐다는 이유로 당직자의 제지를 받다가 뿌리치고 의총에 참석한 이언주 의원은, 의총장에 들어가 손학규 대표를 향해 "즉각 당대표직을 그만 두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내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 등 당 지도부, 호남계 의원들, 바른정당 의원들의 이견이 너무 커 절충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로를 향해 "당을 나가라"할 뿐, 어느 쪽도 "우리가 먼저 당을 나가겠다"고는 하지 않고 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당내 정파별로 구상하는 세력 통합의 방향이 다른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이 갖는 협상 지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진흙탕 싸움이 계속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