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본 기업이 한국 사업 철수 계획을 밝히면서 '한국 사법부 판단의 독립성 문제'를 철수 사유로 거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반도체 소모품 제조사 '페로텍 홀딩스'는 지난 16일 "한국 자회사 FTKA가 반도체 관련 'CVD-SiC(실리콘 카바이드)' 제조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페로텍 측은 한국 사업 철수 사유로 자회사와 직원이 한국 검찰에 기소된 사실과 수익 확보가 곤란한 상황을 언급했다. 이어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할 생각이지만, 작금의 일본계 기업에 대한 한국 사법부 판단 등을 감안하면 사법의 독립성이 완벽하게 담보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며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린 한국 사법부를 불신한다는 취지였다.
충남 당진에 위치한 FTKA와 전직 직원 3명은 한국 반도체 부품 업체 티씨케이(TCK)의 영업 기밀을 무단으로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현재 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2015년 12월 티씨케이와 그 협력 업체 직원 3명을 채용하면서 티씨케이의 핵심 설비 설계도면 등을 빼돌린 혐의다. 일본 NHK는 이런 상황을 전하면서 "한국에선 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어 사법 판단에 관한 우려가 사업 지속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외교가에선 "일본 기업이 범법 행위에 대한 책임까지 한·일 관계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강제징용과 무관한 기업이 소송 부담과 경영 실패에 따른 철수를 징용 문제로 합리화하려는 것"이라며 "다만 다른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잇따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