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핵심 관광도시들의 자존심 대결
통영, 2017년 2월 '루지 열풍' 불지펴
여수, 로봇 공룡·놀이공원 루지로 맞불

이르면 내달말 문을 여는 전남 ‘여수 U-월드 루지테마 파크’ 개념도.

‘1000만 해양관광 도시’ 전남 여수가 경남 통영과 ‘관광용 루지(luge·누워서 타는 썰매)’를 놓고 진검승부를 겨룬다. 2년여 전 통영이 국내 첫 루지를 도입해 관광객을 대거 끌어들이자 남해안 해양관광의 중심지 여수도 ‘루지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남해안 관광 패권(覇權)을 두고 여수와 통영이 루지로 맞서는 양상이다. 여수 루지는 이르면 내달 말 선보인다.

17일 여수시에 따르면, ㈜유심천온천리조트와 ㈜유심천레저산업은 사업비 320억원을 들여 여수 소라면 죽림리 안심산유원지 14만4789㎡ 부지에 ‘여수 U-월드 루지테마 파크’를 세운다. 지난해 4월 여수시와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여수시는 진입도로 확장과 가로등 교체를 돕고, 관광과를 통한 대외 홍보를 맡기로 했다. 여수시는 오동도, 해양케이블카 탑승장, 향일암, 엑스포공원 등 일부 지역에 편중된 관광객을 여수 곳곳으로 분산할 작정이다. 안심산유원지가 적지로 평가를 받는다. 여수시청에서 차로 10분쯤 걸리는 곳으로 도심에서 접근성이 뛰어나다. 루지테마 파크는 5월 30일 또는 6월 5일 개장한다.

여수 루지테마 파크의 핵심은 로봇 공룡 조형물 50여종과 어우러진 루지 놀이시설이다. 루지는 프랑스어로 썰매란 뜻. 보통 썰매에 누워 얼음 트랙을 질주하는 겨울 스포츠 경기를 일컫는다. 관광용 루지는 얼음이 없는 경사면을 타고 내려오는 무동력 바퀴 썰매다. 소형 경주용 자동차처럼 생긴 카트로, 국내 야외활동 인기 놀이기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통영발 ‘루지 열풍’이 전국으로 확산해 강화, 양산, 용평 등에 잇따라 루지 탑승장이 들어섰다.

여수 루지의 최대 경쟁력은 해마다 여수를 찾는 ‘1000만 관광객’과 풍부한 연계 관광 상품이다. 여수는 루지 시설을 중심으로 관광호텔, 펜션, 공룡 테마파크, 야외 놀이공원, 초대형 어린이 실내 테마파크, 먹을거리 장터, 각종 편의시설 등을 함께 갖춘 도심 속 종합휴양시설로 진용을 갖췄다. 야외 활동 레포츠를 선호하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 주 고객층이다. 놀이공원의 놀이기구는 바이킹·범퍼카 등 18종이다. 통영과 가장 차별화된 점이다. 통영 루지는 인근 해양케이블카 외에 연계 관광 상품이 없다.

특히 루지 코스 곳곳에 배치한 높이 40짜리 로봇 공룡 50여종이 큰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탑승자 바로 앞에 맞닥뜨린 로봇 공룡은 제자리에서 움직이면서 생생한 울음소리를 낸다. 여수시는 "여수는 공룡, 루지, 종합놀이공원, 고급 숙박시설 등이 한데 어우러져 통영보다 경쟁력이 더 뛰어나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여수 루지 트랙에는 교량 구간이 적용됐다. 국내 첫 시도다. 여수 전체 루지 트랙(1.28㎞) 중 최대 높이 7짜리 교량은 길이가 300에 달한다. 교량 구간 외에도 터널 구간, U·S자 구간 등 아기자기하게 설계한 트랙이 레이싱의 묘미를 더한다. 구간 곳곳에 로봇 공룡을 배치해 공룡 시대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트랙 완주에 7~10분이 걸린다. 트랙 설계는 국내 업체가 맡았다.

전국의 ‘루지 열풍’을 촉발한 경남 통영 루지.

루지는 남녀노소 쉽게 즐기는 레포츠다. 조정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초보자도 짧은 교육을 받으면 탑승할 수 있다. 가족 단위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놀이시설로 꼽힌다. 동력 장치가 없는 카트는 중력과 지형의 경사만으로 아래로 이동한다. 여수 루지는 뉴질랜드의 ‘루지카트월드’에서 구입한 것이다. 2인승 400대를 확보했다. 다른 지역의 루지와 달리 손잡이를 양손으로 당기면 가속하고 손잡이에 달린 유압식 제동장치를 손으로 움켜잡으면 감속한다. 김세일 유심천레저산업 대표는 "여수 루지는 다양한 코스로 탑승자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의 ‘루지 열풍’을 촉발한 경남 통영 루지.

앞서 2017년 2월 개장한 통영 루지는 그해에만 탑승객 180만명을 불러 모았다. 누적 탑승객 40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1985년 설립된 뉴질랜드 스카이라인이 통영에 국내 처음의 루지를 선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3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2019~20 한국관광 100선’에 단일 놀이기구로 유일하게 통영 루지를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