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70·사진) 전 교육부 장관이 모집 공고에 규정한 면접을 건너뛰고 서류 심사만으로 지난달 경기도교육청 산하 경기도교육연구원 이사장에 임명돼 '전관(前官) 특혜'라는 의혹이 15일 제기됐다. 김 전 장관과 함께 지원한 두 지원자는 서류 심사 결과 면접 요건을 갖췄음에도 기회를 얻지 못하고 낙방했다. 김 전 장관은 또 '블라인드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모집 공고를 어기고 제출 서류에 신원이 드러나도록 경력과 업적을 기재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연구원은 지난 1월 1차 서류 심사를 하고 그 합격자에 한해 면접 심사를 한다는 내용의 이사(理事) 공개 모집 공고를 냈다. 그에 따라 김 전 장관을 포함해 4명이 지원했고, 이들은 모두 서류 전형에서 80점을 넘겼다. 경기도교육연구원 운영 규정상 면접 심사 자격(80점 이상)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지난 2월 8일 열린 후보자추천위 회의에서 추천위원장이 "모두 80점 이상이기 때문에 일단 대상자는 됐는데, 면접 심사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별도로 결정하자"고 의견을 물었고, 일부 위원이 "면접 생략하시죠" 하면서 면접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곽 의원실은 밝혔다.

이에 따라 서류 전형 점수가 가장 높았던 김 전 장관이 합격해 지난달 5일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차점자는 임기가 4개월 남아있는 이사로 뽑혔다. 곽 의원은 "다른 응시자들을 들러리로 세운 전형적 '짜고 치는 인사(人事)'로 의심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연구원 측은 "면접 심사 실시 여부는 추천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다는 운영 규정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모집 공고에는 '지원서 및 자기소개서 등에 응모자 본인에게 유리한 모든 인적 사항(출신 지역, 가족 관계, 신체 조건, 학력 등)의 작성을 제한하므로 유의하라'고 돼 있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지원 서류에 더불어민주당·경기교육청 등의 경력과 함께 자신의 업적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폐지, 혁신학교, 무상 급식, 고교 평준화 등의 교육 개혁 정책을 주도했다'는 내용을 상세히 기재했다고 한다.

교육계에서는 "경기도교육청이 이미 '김상곤 모시기'를 결정해 놓고 공모는 형식적으로 했다"며 "나머지 지원자들은 '취업 사기'를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왔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11일 기자 간담회에서 "김 전 장관을 경기도교육연구원 이사장으로 모시는 것이 좋겠다는 내부적 합의가 있어 제가 직접 만나 (이사장직을) 요청했다"고 한 바 있다. 이 교육감은 본지 통화에서 "올해 2월 초쯤 김 전 장관을 만나서 '뜻이 있으시면 제가 추천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연구원이 모집 공고를 낸 것은 지난 1월 22일이었고 김 전 장관은 1월 25일 지원 서류를 제출했다. 시점상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은 김 전 장관이 경기교육감으로 있던 2013년 교육청 예산을 출연해 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사실상 김 전 장관이 키운 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