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산부인과 의사 1100명 정도가 활동하는 소셜미디어에는 "낙태 수술해 달라는 환자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수십개 쏟아졌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지금도 '수술 못 해 준다'고 하면 항의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헌재에서 결정 났는데 왜 안 해 주느냐'고 하면 어쩌느냐"고 했다. 낙태죄가 66년 만에 사라지게 됐지만, 헌재가 정한 관련 법 개정 시한인 내년 12월 31일까지 최장 20개월간 낙태죄를 둘러싼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법 개정 전까지는 현행법 효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당장 보건복지부는 14일 낙태 수술을 해준 의사의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행정처분 시행을 관련법 개정 때까지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낙태 수술을 한 의사에게 형사 처벌(2년 이하 징역) 외에 행정적인 제재도 하려다 유예하는 것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아예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먹는 낙태약(미프진)' 합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미프진은 1980년 프랑스에서 개발돼 미국·영국·호주 등 60여 국에서 의사 진단에 따라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불법이라 중국산 등이 밀수입돼 수십만원에 불법 유통되고 있다. 미프진 등 낙태 유도제 불법 판매 적발 건수는 2015년 12건에서 지난해 1984건(9월까지 집계)으로 165배 늘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미프진의 조속한 도입을 포함한 (낙태의)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입장이 조금 다르다. 허용할 경우 반드시 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법 개정 이전에는 어떤 논의도 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낙태 수술 거부권을 달라"는 일부 산부인과 의사의 주장도 관련 법 개정 과정에서서 쟁점이 될 수 있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지난 12일 청와대 게시판에 '낙태 합법화, 이제 저는 산부인과 의사를 그만둬야 하는지'란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다. "저는 신비롭게 형성된 태아의 생명을 도저히 제 손으로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낙태가 합법화되더라도 의사들이 수술을 거부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1948년부터 낙태를 허용하면서 '낙태 시술 병원'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법 개정 전까지 발생할 수 있는 국민의 불편함, 진료실에서의 갈등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정확한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