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 감독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지만,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턴오버 때문에 어렵게 풀어간 탓이다.

현대모비스는 13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의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1차전에서 양동근의 결승 3점포에 힘입어 98-95로 승리했다.

승부를 가른 것은 베테랑 가드 양동근의 한 방이었다. 3쿼터 한 때 70-56까지 앞섰던 현대모비스는 3쿼터 중반 이후 공격이 주춤하면서 전자랜드의 추격을 허용했다. 특히 '복병' 이대헌에 3점포 두 방을 허용하면서 3쿼터 막판 70-67로 쫓겼다.

현대모비스는 4쿼터 내내 전자랜드와 치열한 시소게임을 벌이다가 4쿼터 막판 이대성이 3점포 두 방을 연달아 꽂아넣어 93-86으로 앞섰다.

하지만 이대헌에게 3점포를 헌납하면서 다시 추격당한 현대모비스는 양동근의 턴오버로 전자랜드에 속공 기회를 내준 뒤 강상재에 골밑슛을 허용해 92-95로 따라잡혔다. 전자랜드는 문태종이 3점슛을 실패한 뒤 잡은 속공 기회에서 강상재가 3점슛을 터뜨려 95-95로 따라잡혔다.

현대모비스는 경기 종료 6초를 남기고 양동근이 3점포를 작렬해 다시 리드를 가져왔고, 전자랜드가 남은 6초 동안 득점에 실패하면서 그대로 이겼다.

사실 이날 현대모비스가 크게 앞서갈 만한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경기 막판과 마찬가지로 턴오버로 상대에 속공 기회를 줬고, 외곽포를 얻어맞으면서 추격당했다.

유재학 감독은 경기 후 "재미있는 경기를 했고, 이겨서 좋다. 그런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전반, 후반과 경기 막판에 세 번 정도 쉽게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실책으로 상대에게 기회를 많이 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전자랜드에 3점슛을 11개 얻어맞은 것도 턴오버 때문이라는 것이 유재학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전반에 찰스 로드에 2개, 박찬희에 1개를 허용했다. 크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후반에 맞은 것은 모두 턴오버 상황에서 허용한 것"이라며 "선수들이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쉽게 생각하다가 실책을 하는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대헌에 3점슛을 3개나 얻어맞은 것에 대해서는 "3개 중 2개는 함지훈이 내준 것이다. 함지훈이 벤치에 미안하다고 사인을 보내더라"며 "좋은 약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도 베테랑의 한 방 덕분에 승리를 맛볼 수 있었다.

유재학 감독은 "4쿼터 동점 상황에서 라건아와 함지훈을 활용한 공격을 준비했다. 전자랜드 수비가 골밑으로 몰리니 외곽으로 찬스를 보자고 했는데 맞아떨어졌다"며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3쿼터 막판 전자랜드의 2-3 지역방어에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유재학 감독은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가 지역방어를 잘 깨서 상대가 지역방어를 잘 쓰지 않는다. 그런데 쫓기다보니 선수들이 당황해서 급하게 슛을 던지고, 무리하게 해결하려 하더라"며 "나는 상대 지역방어에 겁을 낸 적도 없고, 선수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아쉽게 패장이 된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정규시즌 때에도 공격이 안되면 수비까지 무너졌는데 선수들이 경기 초중반에 조금 흥분한 것 같다. 그래도 어려운 상황에서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것은 잘한 것이다. 1차전 경험을 발판삼아 2차전에서는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유도훈 감독은 "기디 팟츠가 경기 초반 파울이 일어났을 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아쉽다"며 "경기 후 선수들에게 1대1로 할 때 상대 협력 수비를 보며 찬스를 만들으라고 당부했다. 또 쇼터에 득점을 내주는 과정이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6차전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1차전이 이렇게 됐고, 만에 하나 2차전이 지더라도 자신있다. 우리가 잘못된 부분만 수정하고, 3쿼터 중반까지 크게 지지 않는다면 해볼 만하다"며 2차전 필승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