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중국 기업과 대학 37곳을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지정하고 이들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합의 이행을 점검하기 위한 사무소 설치에 합의하는 등 막바지 협상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미국이 무역분쟁의 핵심 쟁점인 ‘중국 제조 2025’를 겨냥해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는 11일(현지 시각) 32쪽 분량의 기관 목록을 공개하고 이들이 미국의 수출관리규정(EAR)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목록에는 ‘아이신 난퉁 테크니컬 센터’ ‘베이징 바이 스페이스 LCD 머티리얼즈’ 등 중국 본토 기업이 포함됐다. 중국 대학 중에는 런민대와 광둥공대 등이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 정밀 광학, 전자, 항공, 기계공학 분야와 관련된 곳이다.
미 상무부는 EAR에 따라 국가안보와 직결된 부품과 기술의 경우, 수출 통제 목록을 만들어 해외 유출을 제한하고 있다. 통제 목록에 올라간 기술·제품을 다른 국가로 수출하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의 수출 금지 조치인 셈이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수출 규제를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중국은 미국에 상호 신뢰와 호혜적 관계의 원칙에 따라 실수를 바로잡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의 이번 조치는 미·중 무역합의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앞서 지난 10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역합의에 대한 강제이행장치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거의 합의했다"며 "양측은 앞으로의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 이행 사무소를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중국과의 협상에서 마지막까지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중국과의 협상이 잘 되고 있지만, 미리 타결 여부를 예단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클리트 윌렘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도 지난 8일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을 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미국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이런 압박 전략은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이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외국인 지분 제한을 없애고 보다 더 많은 허가를 내 줄 것이라는 제안이 한 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미국이 억제하려는 중국 첨단산업 육성책 ‘중국 제조 2025’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중국은 이밖에도 그동안 협상 의제로 다루길 거부해온 사이버보안법을 논의하겠다고 미국 측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