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이번에도 구세주(saviour)였다.'(UEFA.COM)

그가 골을 넣으면 이긴다. 올해 들어 22경기에서 20승1무1패로 압도적 기세를 자랑했던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도 손흥민의 집념이 만들어 낸 한 방에 무너졌다.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27)은 10일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맨시티와의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후반 33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덴마크)의 패스를 잘못 잡아놔 공이 엔드라인(골라인) 아웃되는 듯했으나 쫓아가 살려놓은 뒤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내가 골 넣으면 다 이겨” - 그의 골은 승리를 부른다. 토트넘의 손흥민이 10일 맨체스터 시티와 벌인 챔피언스리그 8강 홈 1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고 나서 유니폼에 새겨진 팀의 엠블럼(수탉)을 가리키며 포효하고 있다. 토트넘은 리그 경기를 포함, 이번 시즌 손흥민이 득점했던 15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골을 확인한 손흥민은 양팔을 벌리고 태극기를 든 관중 쪽으로 달려갔다. 이어 중계 카메라를 향해 영어로 "알지? 우리가 이겨!(You know what, we're gonna win)"라고 소리쳤다. 다짐과도 같은 외침대로 토트넘은 이후 맨시티 공세를 잘 막아내 1대0 무실점 승리를 챙겼다. 토트넘이 오는 18일 오전 4시로 예정된 2차전 원정 경기에서 무승부 이상 성적을 거두면 팀 역사상 최초로 유럽 챔스리그 4강에 오른다. 1골이라도 넣을 경우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1골 차로 져도 4강 진출이 가능하다. 손흥민도 개인 통산 처음으로 챔스리그 4강 무대를 밟을 수 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아직 8강이 끝나지 않았다. 2차전에서 준비를 더 잘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맨시티전은 올 시즌 손흥민이 골을 넣은 15번째 경기였다. 15경기 모두 토트넘이 이겼다. '손흥민 골=승리' 확률 100%가 이번에도 이어졌다. 영국 BBC는 손흥민을 '팀 승리의 부적'이라 표현하며 MOM(최우수선수)으로 선정했다. BBC는 "손흥민은 현대 축구에 이상적인 공격수"라며 "지칠 줄 모르고 뛰어다닌다. 이타적이면서 골 감각도 갖췄다. 책임감과 의지를 가지고 플레이한다"고 극찬했다. 실제 손흥민은 맨시티전에서도 왼쪽으로 선발 출전해 주포 해리 케인(26·잉글랜드)을 보좌하다 케인이 부상 때문에 빠지자 오른쪽에서 직접 골을 터뜨렸다. 평소에도 팀 사정에 따라 위치가 최전방과 좌우 날개로 수시로 바뀌지만 불만 없이 제 몫을 해낸다. 직전 경기에선 팀의 프리미어리그 무승 행진을 다섯 경기에서 끊는 결승골도 집어넣었다.

지난 4일 새 홈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개장 경기에서 '전체 1호 골'을 기록했던 손흥민은 맨시티전 골로 경기장 챔스리그 1호 득점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2011년 박지성(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후 8년 만에 8강 토너먼트에서 골을 터뜨린 한국 선수로도 기록됐다. 아시아 선수로는 우즈베키스탄 막심 샤츠키흐(41·은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유럽 챔스리그 통산 10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또 시즌 40경기 만에 18골에 도달, 지난 시즌 53경기에서 넣은 골 수를 벌써 따라잡았다. 자신이 2016~2017시즌 세운 유럽 무대 한국 선수 한 시즌 최다 득점(21골)에 3골 차로 다가섰다. 당시 손흥민은 차범근이 1985~1986시즌 독일 레버쿠젠에서 작성했던 19골 기록을 31년 만에 깨뜨렸다. 2년 만에 한국 축구사를 또 한 번 쓸 기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