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청사에 무단 침입하고 경찰·기자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민노총이 안하무인(眼下無人)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대에 자제 방송을 한 경찰을 고소하겠다고 하고,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받은 경찰서 앞에서 웃으며 단체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친(親)노동과 집회 자유를 강조하는 현 정부 기조에 따라 경찰의 불법 시위 대응 강도가 약해지면서 민노총이 공권력을 만만하게 보는 것"이라고 했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지난 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폭력 시위 논란에 대해 "우리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충돌이 벌어진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민노총은 당시 폭력 사태에 대해 지금까지 사과나 유감을 밝힌 적이 없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진입을 시도하다 연행된 민노총 조합원들이 서대문경찰서 앞에 모여 주먹을 쥐고 활짝 웃으면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손가락으로 브이(V)자 표시를 한 사람도 보인다. 이들을 포함해 이날 민노총 조합원 25명은 공공 건조물 침입과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돼 서울 지역 6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한모 민노총 조직국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공공장소에서 개인의 실명을 깐 (서울) 영등포경찰서 경비과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당시 민노총 조합원 500여 명이 국회로 무단 침입하려 했고 경찰은 5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영등포서 임모 경비과장이 "민주노총 한○○씨 자제해 달라"고 방송했다. 한씨 글에는 '관등성명 밝히라면 꽁지 빼는 ××들'이라며 경찰을 욕하는 댓글이 달렸다. 한씨가 실제 고소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영등포서 임모 경비과장은 "한씨의 선동이 너무 심해 공무 수행 차원에서 실명을 거론한 것뿐"이라고 했다.

지난 5일 김경자 민노총 수석부위원장의 페이스북엔 단체 사진이 올라왔다. 3일 집회에서 연행됐다가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유모 민노총 부위원장 등이 파이팅을 외치는 듯한 자세를 한 채 웃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고생했다'는 댓글이 달렸고, 김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 더 열심히 싸우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윤재옥 의원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올 3월까지 민노총은 총 22차례 정부 공공기관을 불법 점거했다. 이명박 정부(1건), 박근혜 정부(13건) 전체 기간과 비교해도 횟수가 많았다. 22건 중 경찰이 현행범으로 현장에서 체포한 것은 4건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시위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해도 결국 무혐의로 풀리는 경우가 많아 동영상·사진 등 증거만 남기고 사후 출석을 요구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개인 건물 침입조차 세게 처벌하는데 공공기관을 점거한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불법 집회까지 용인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