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살아나지 않았다"...강원 산불 재발화 無
고성·속초·강릉 사실상 진화 완료
인제는 막바지 진화작업 중...주한미군도 지원나서
낮부터 비소식까지…"진화 수월 기대"

"불씨, 하나라도 있으면 다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오늘 중으로 모든 잔불 제거하는 게 목표입니다."

6일 오전 10시 40분 강원 고성소방서 소방관 110여명이 잔불 처리 작업에 분주했다. 이따금 잔해 더미에서 매캐한 잔불 연기가 다시 피어오르자, 소방관들이 급히 진화에 나섰다. 고성소방서 현장대응과 관계자는 "강풍으로 날아다니는 불똥이 새로운 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불은 잡혔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불씨와 잔불 제거에 소방력을 집중하는 상태"라고 했다.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에서 소방관들이 잔불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 대형 산불 사흘째인 6일 큰 불길이 대부분 잡힌 가운데, 바람이 잦아들면서 불씨가 되살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전날 밤부터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뒷불 감시’ 작업을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날 강원 동해안산불방지센터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날이 밝자 산불 지역에 진화 헬기 14대, 소방 진화차량 650여대, 8300여명의 인력을 진화 작업에 투입했다. 현재 고성, 속초, 강릉, 동해 등 대부분 지역은 사실상 진화가 완료됐고, 인제군만 막바지 진화 작업 중이다. 소방청은 전국 소방 비상동원령을 발령해, 전체 소방력의 약 27%를 강원산불 진화에 투입했다.

지난 5일 산림청 소속 헬기가 강원도 인제군 남전리 일대 화재 진화를 위해 저수지에서 물을 뜨고 있다.

◇ 고속,속초, 강릉 등 재발화 없어…인제만 남아 "소방헬기 투입"
지난밤 소방인력 8300여명을 동원해 야간 진화작업을 벌인 결과, 고성과 속초, 옥계, 강릉, 동해 등에서 불길이 다시 살아나는 '재발화(再發火)'는 관측되지 않았다. 대응 단계도 현재 3단계에서 1단계로 낮아진 상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고성·속초·강릉·동해에서 발생한 산불은 100% 진화가 완료됐다. 다만 인제 산불의 경우 야간 기준 85%로 진척이 어려웠으나 날이 밝으며 진화 작업이 재개됐다. 소방청은 헬기 5대 띄워 진화 작업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인제소방서 관계자는 "아직 불길이 남아있어 긴장을 늦출 순 없다"면서 "산세가 험해 지상 인력들이 화재 현장으로 접근하기는 어렵지만 소방 헬기들이 집중적으로 진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발생한 산불로 전소된 강원 고성군의 한 주택. 휘어진 골조만 까맣게 탄 채 남아있다.

바람도 도왔다. 화재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된 강풍도 한때 초속 20∼30m까지 불었으나 현재는 초속 1∼3m로 잦아들었다. 소방관과 군인, 공무원 등 4100여명은 화재 현장 인근에서 오전까지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지 감시할 예정이다. 강릉과 동해 지역에도 3500여명이 투입돼 뒷불 감시에 나섰다.

군 당국도 대대적인 인력을 투입했다. 강원 일대 장병 7000여명이 투입된 가운데, 병력 1만3000여명도 추가 지원을 위해 대기 중이다. 육군 3군단 소속 공병대 장병들과 육군 헬기 5대가 투입된 데 이어 주한 미군도 헬기 4대를 보내 진화 작업에 힘을 보탰다.

육군 3공병여단 장병들이 강원 인제군 남면 남전리 산불현장에서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축구장 735배 면적이 ‘잿더미’…구호·복구 손길 이어져

지난 4일 발생한 대형 산불의 피해는 컸다. 여의도 면적의 2배 가까운 525헥타르(ha)가 잿더미로 변했다. 축구장 735배에 달하는 크기다. 멀쩡하던 주택 300여채가 잿더미로 변하면서 수천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드라마 세트장 등 건물 400여동도 전소(全燒)됐다. 농업 시설 피해액은 52억원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산불로 확인된 인명피해는 2명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거동이 불편한 누나를 구하려던 50대 남성 1명이 연기에 질식해 목숨을 잃었고, 또 다른 50대 남성 1명은 화상을 입어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현재 이재민 대부분은 자택이나 친척 집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270여명은 고성·속초·동해 등 임시 주거 시설에 마련된 텐트에 머물고 있다.

지난 5일 강원도 속초 장천마을에서 한 주민이 불에 탄 가옥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해있다.

피해 이재민 지원과 피해지역 복구를 위한 손길도 이어졌다. 지자체, 구호협회, 대한적십자사 등 관계기관에서 합동 긴급구호물자를 지원했다. 구호세트 1850개, 구호키트 1300개, 이불침낭 777개, 생필품 3600인분 등이 지급됐다. 이 밖에도 고성과 강릉, 속초 등에 밥차 6대를 지원했다.

현재 '고성군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을 설치, 운영 중이며 이들은 비상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도 재난구호사업비 2억5000만원을 지원했고, 한국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 중앙회 중심으로 산불피해지역 복구 및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해구호협회를 통한 기부금 지원, 기부금품 모집등록도 진행되고 있다.

◇강원시청·경찰도 화재 원인 분석나서

화재 원인에 대한 정밀 감식도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5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와 한국전력은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측되는 고성군 토성면의 한 전신주에 부착된 개폐기를 수거해갔다. 개폐기는 전신주에 달린 일종의 차단기로 한전이 관리하는 시설이다.

주유소 앞에 설치된 이 개폐기는 2006년에 제작된 것으로 사용연한은 30년이다. 한전은 지난달 27일 안전진단을 실시했으나 이상이 없었다.

5일 오전 전날 고성 산불의 발화지로 추정되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전신주 모습.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붉은색 원)이 검게 그을려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화재 원인과 폭발 이유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정확한 국과수 감식 결과는 10일 후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당시 영상 속에는 개폐기 주변에서 불꽃이 튀며 주변에 불이 붙었다. 한전 측은 "강풍을 타고 날아온 이물질이 연결된 전선과 부딪혀 스파크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행히 이날 강원도에는 비 소식이 있다. 낮부터 강원 영서는 5∼10㎜, 강원 영동은 5㎜ 안팎의 비가 내리면서 진화가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