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보궐선거가 끝났다. 겉으론 여야 1대1이라고 하지만 실제 내용은 여당의 참패다. 그보다 중요한 관전 포인트 몇 가지를 짚어본다.

첫째, 투표율이다. 이번 창원 성산, 통영·고성, 두 곳 투표율은 51.2%였다. 지금까지 투표율은 대개 30%대였다. ‘미니 총선’이라고 부를 만큼 여야가 총력을 기울였던 2014년 재·보선도 32.9%로 33% 벽을 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번 보궐선거 투표율이 50%를 넘겼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토록 뜨거운 투표 열기는 왜 일어났을까.

그렇다. 유권자들이 화가 났다는 뜻이다. 유권자들이 ‘심판’하러 나왔다는 뜻이다. 유권자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투표장에 나왔을 때, 누구를 심판하러 나왔겠는가. 그렇다. 바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을 심판하러 나온 것이다.

불과 6개월 전 6·13 지방선거 때 창원 성산에서는 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한국당 김태호 후보를 61.3% 대 33.8%, 그러니까 61대34로 거의 두 배 차이로 압승했던 곳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주당·정의당이 단일후보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개표율 99.98% 상황에서도 뒤지고 있다가 가까스로 역전한 곳이다. 불과 0.54%포인트 차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한국당·바른미래당·대한애국당 같은 야권 표를 다 합하면 여권인 민주당·정의당·민중당이 졌다.

창원은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현지 두산중공업에서는 지금 순환 휴직이 이어지고 있다. 민심은 뒤집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6대3으로 이겼던 곳인데 불과 9개월 만에 민심의 파도가 급변한 것이다.

통영·고성도 마찬가지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여당이 통영시장과 고성군수를 배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24%포인트 차이로 대승했다. 여기서도 민심의 파도는 급격하게 방향이 바뀌었다.

원인이 무엇일까. 무엇보다 현 정권의 ‘땅에 떨어진 도덕성’이다. 이 정권은 기회 있을 때마다 정의와 도덕이 마치 자신들의 전유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떠들어왔다. 그러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나 몇몇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국민을 실망시켰고, 그들의 후안무치한 해명은 성난 민심에 불을 붙인 것이다. 게다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탈원전 정책,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로 상황을 다시 평가한 성난 민심이 문재인 정권에게 강력한 경고장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에 나왔다. 그는 장관 후보자 낙마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인사 라인을 경질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시스템을 보완하겠다"면서 사실상 거부했다.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시스템 탓으로 돌린 것이다. ‘반쪽짜리 사과’, ‘면피성 사과’라는 비판을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청와대와 내각의 안이한 현실 인식, 이런 것들이 산불보다 무서운 민심의 불길에 불타버릴지도 모른다. 중앙일보 사설은 여당에서조차 "차라리 한국당에 다 줘야 당이 겸손해질 텐데…"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했다. 동아일보 사설은 "청와대가 국민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문제"라는 것은 누구보다 문 대통령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