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정·'온천 명인이 되었습니다' 저자

'온천 명인'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았지만, 사실 목욕탕을 멀리하던 과거가 있었다. 벗은 몸이 부끄럽고 사람들 시선이 부담스러워서였다. 아주머니들이 툭툭 던지는 말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살집 좀 있어도 괜찮아. 다 키로 갈 거야"라는 청하지도 않은 위로에 자연히 발길이 끊겼다.

그러다 우연히 여행 중 온천에 들렀던 경험이 생각을 바꿨다. 맨몸을 보여야 한다는 부끄러움을 딛고 용기 내 옷을 벗었다. 따끈한 물에 몸을 담그자, 피부에 소름이 돋을 만큼 좋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홀가분함이 이렇게 좋을 일인지! 그날 이후 온천에 푹 빠져 '명인'까지 됐으니, 말 그대로 옷을 벗고 인생이 바뀐 셈이다.

그래서 이런 말을 들으면 공감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마음이 된다. "살 빼면 온천에 가볼게요"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여서 목욕탕은 싫어". 생김도 나이도 제각각인 여성들이 건넨 말이다. 비슷한 얘기는 일본에도 있었다. 도쿄에서 목욕탕 마니아들의 모임에 간 적이 있다. 자리에 모인 여성들은 목욕탕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일로 '화장'을 꼽았다. 잠시라도 민낯을 보이는 게 싫고 목욕 후 화장하기가 귀찮다는 거였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도 처음엔 화장품을 바리바리 싸 들고 다녔으니까. 그러다 어느 순간 스스로 물었다. '화장을 꼭 해야 할까?' 한 번 더 용기를 냈다. 화장품을 두고 목욕 가방만 챙겨 떠났다. 작은 시도는 생활의 변화로 이어졌다. 요즘 나는 화장하지 않고 출근한다.

생각해보면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사는지. 그런 태도는 세상을 더 지루하게 만들 뿐 아니라 폭력이 되기도 한다. 날씬한 몸과 치장한 얼굴을 기준으로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용기 내지 못했다면 나 또한 인생의 행복 하나를 알지 못했을 테다. '왜?'라는 의문이 드는 순간, 머릿속 편견을 과감히 벗어보자. 어쩌면 인생을 바꿀 절호의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