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바위 전면에 2.5m 크기로 새겨진 마애약사불. 머리는 부조로, 몸은 얇은 선으로 표현했다.

지난달 14일,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박종익 소장은 지인의 제보를 받고 한 야생화 블로그를 찾았다. 전국을 다니며 야생화를 찍어 올리는 블로거가 예사롭지 않은 불상 사진을 올렸다는 것. 실제로 경남 고성 거류산에서 찍은 야생화 사진들 사이에 불상 사진 두 장이 올려져 있고 "내가 처음 발견한 것 같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박 소장은 연구원들과 무작정 거류산으로 향했다. 단서는 사진 속 불상 주위의 대나무 잎뿐. 보통 계곡 주위에 절을 지었던 것을 감안해 계곡과 대밭 있는 곳을 샅샅이 뒤졌다. 두 번째 조사에서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던 길, 우연히 찾은 대밭에서 마침내 둥글넓적한 얼굴의 마애약사불좌상을 발견했다. 그간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1000년 전 불상이 드러난 순간이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고성 거류산에서 고려 전기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약사불좌상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마애불은 바위 면에 조각한 불상을 뜻한다. 박 소장이 찾은 마애불은 높이 약 5m의 거대한 바위에 2.5m 크기로 새겨져 있었다. 그는 "예전엔 마을 사람들이 나무를 하러 다니며 봤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길이 나 있지 않고 가까이 가야 볼 수 있어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약사불'로 머리는 부조(돋을새김)로, 몸은 얇은 선으로 표현됐다. 가사(袈裟)를 두 장 걸쳐 입고 왼손엔 보주(寶珠)를 들었다. 오른손은 어깨까지 들어 올리고 손바닥을 밖으로 향한 시무외인(施無畏印)을 취했다. 중생의 모든 두려움을 없애고 위안을 주는 손짓을 뜻한다. 연꽃을 엎어놓은 듯한 대좌 위에 결가부좌(結跏趺坐)로 앉은 형태다.

연구소는 고성 마애약사불좌상의 주요 특징으로 둥글넓적한 얼굴에 과장된 이목구비, 짧고 선명한 목에 그려진 세 개의 줄 등을 꼽았다. 고려 전기 마애불의 특징이다.

임영애 경주대 문화재학과 교수는 "좌우에 보살상이 함께 있는 '삼존'이 아니라 약사불만 조성한 사례는 희귀하다"면서 "큰 얼굴과 입, 짧은 인중에서 볼 수 있듯 개성 중심의 중앙 양식과는 다른 지역색이 반영돼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