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민주노총의 국회 앞 시위 과정에서 한 민주노총 조합원이 시위를 막는 경찰관의 방패를 빼앗은 뒤 뺨을 때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은 이 민주노총 조합원의 신원을 확인해 폭행 혐의로 검거할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 경내(境內) 진입을 시도하며 이를 막는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날 오후 4시20분쯤 시위 현장에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붉은색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한 민주노총 조합원이 동료 조합원과 한 경찰관의 방패를 빼앗았다. 이 조합원은 이 경찰관을 손과 발로 때릴 듯이 위협하다 결국 경찰관의 뺨을 한 차례 때렸다. 폭행을 당한 경찰관은 화를 내며 소리쳤고, 주변 동료들은 이 경찰관을 진정시켰다.

3일 오후 한 민주노총 조합원이 국회 진입을 막고 있는 경찰의 뺨을 때리고 있다.

집회 현장에 있던 한 경찰관은 "우리도 사람이라서 맞으면 화나고 흥분할 때도 있다"며 "하지만 절대 대응하면 안 되니까, (폭행을 당해도) 오히려 주변 동료들이 몸으로 (경찰을) 말린다"라고 했다.

경찰은 이날 폭력시위 현장을 모두 채증한 만큼,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폭행한 민주노총 조합원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며 "경찰관에게 직접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한 인원에 대해선 폭력 혐의도 추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200여 명은 이날 오전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 등 ‘노동법 개악’을 중단하라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이날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참관하겠다며 경찰 저지선을 넘어 국회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민노총 노조원들은 국회 주변을 둘러싼 철제 담장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이날 시위는 오후 5시40분쯤 끝났다.

3일 오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의 방패를 빼앗고 있다.(왼쪽) 한 민주노총 조합원은 경찰에게 발길질을 하고 (가운데), 멱살도 잡았다.(오른쪽)

경찰은 이 과정에서 김명환 위원장 등 민주노총 조합원 25명을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폭력 시위 과정에서 부상당한 경찰은 모두 6명으로 집계됐다. 시위대 중 병원으로 옮겨진 인원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경미하게 다친 경찰 인원은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구급차로 공수한 의약품으로 응급처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시위가 계속되면서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는 연기됐다.

3일 오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국회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이 부상을 당해 부축받고 있다.
3일 민노총 조합원들이 경찰의 질서유지벽을 끌어당기고 있다.
3일 환경미화원이 경찰이 시위대에 뺏겼던 방패를 수거해 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