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국가 브루나이가 동성애나 간통죄에 대한 투석 사형제 등 가혹한 형벌을 시행하기로 해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3일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은 ‘이슬람의 가르침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며 "브루나이는 공정하고 행복한 국가"라고 말했다.
AFP에 따르면, 볼키아 국왕은 이날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나는 이 나라에서 이슬람의 가르침이 더 강화되길 바란다"며 "브루나이는 공정하고 행복한 국가"라고 말했다. 볼키아 국왕의 발언은 이슬람 교리에 따른 개정 형법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을 일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볼키아 국왕은 "브루나이는 알라 항상 알라신에게 예배를 드리는 데 열심인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브루나이를 방문하는 사람은 누구나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브루나이 정부는 지난 주말 성명을 내고 동성애나 간통,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에게 숨질 때까지 돌을 던지는 투석 사형제를 이달 3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절도범의 경우 초범은 오른쪽 손목을, 재범은 왼쪽 발목을 절단하는 형벌에 처하기로 했다. 이런 처벌은 미성년자나 이슬람을 믿지 않는 비(非)무슬림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만 볼키아 국왕은 이날 이 개정 형법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AFP에 따르면, 이 형법이 이날 발효됐는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브루나이는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로, 이번 개정 형법은 이슬람의 관습법인 ‘샤리아’에 따른 것이다. 브루나이 정부는 2013년 샤리아법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인 2014년 이 법을 시행하려고 했지만, 당시 국제 사회의 반발이 심해 무산됐다.
이번 형법이 시행되면 브루나이는 동남아에서 최초로 동성애자를 사형으로 다스리는 국가가 된다.
국제 사회의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 국제앰네스티 등은 비인간적인 형벌의 중단을 촉구했다.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정부도 항의의 뜻을 전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헐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 제이미 리 커티스, 영국 팝스타 엘튼 존 등 유명인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볼키아 국왕이 브루나이 내 이슬람 보수주의자의 지지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형법을 강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볼키아 국왕은 1967년 세습을 통해 술탄(정치·군사 권력을 가진 이슬람 세계의 최고 통치자) 자리에 올라 50여 년간 브루나이를 통치해왔다. 이번 개정 형법 논란이 불거지며 볼키아 국왕의 사치스럽고 음란한 사생활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