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이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지명 철회' 결정을 내린 것은 인사 검증 실패로 인한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국민 여론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날 자진 사퇴한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 꼼수 증여 의혹에 이어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흑석동 재개발 건물 구입으로 불붙은 '부동산 투기 논란'이 정권 차원의 도덕성 논란으로 번지는 것도 문 대통령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지명 철회를 한 조동호(왼쪽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모습. 이날 최정호(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자진 사퇴해 문재인 정부 '2기 내각(內閣)' 장관 후보자 7명 중 2명의 낙마자가 나왔다.

하지만 이날 7명의 장관 후보자 중 2명이 동시에 낙마하면서 '2기 개각'으로 국정 동력을 되살리겠다는 문 대통령 구상은 상당 부분 차질을 빚게 됐다. 야당이 두 후보자 낙마를 두고 "의혹이 더 많은 나머지 후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2명을 포기하는 '사석(捨石) 작전' 아니냐"고 반발하면서 남은 후보자 임명 여부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가 말 안 해줘서 검증 못 했다'는 靑

청와대는 이날 조 후보자 지명 철회, 최 후보자 자진 사퇴를 발표하면서 수차례 '국민의 눈높이'를 언급했다. 검증 과정엔 문제가 없었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여론이 안 좋아진 것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당과의 협의도 있었고 여러 가지 종합적인 판단을 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청와대에 '조 후보자 등을 끝까지 안고 가기에는 국민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특히 30~31일 주말 동안 조 후보자가 부실 학술 학회로 꼽히는 인도계 학술 단체 '오믹스(OMICS)'에 참석한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뒤 지명 철회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윤 수석은 "조 후보자는 해외 부실 학회에 참석한 사실을 본인이 밝히지 않았고, 교육부와 관련 기관의 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았기에 검증에서 걸러낼 수 없었다"고 했다. 조 후보자가 검증 과정에서 미리 이 같은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검증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에선 "청와대가 검증 실패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책임을 후보자에게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윤 수석은 "청와대 인사 검증은 공적 기록과 세평(世評)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며 "인사청문회와 언론의 취재는 (청와대) 검증의 완결로 볼 수 있다"고도 했다. 국회나 언론이 사후에 제기한 의혹도 정부의 검증 과정에 포함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는 당초 청와대가 청문회를 앞두고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이미) 체크가 된 것" "국회 청문회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해왔던 것과 대조된다.

◇"김의겸 대변인 '부동산 투기' 논란 부메랑"

청와대는 이날 최정호 후보자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청문회에서 제기된 부동산 관련 문제 등을 무겁게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했다. 윤 수석은 이날 "(지명 철회된 조 후보자의) 해외 부실 학회 참석 사실을 제외하고는 청문회 과정에서 지적된 흠결은 (모두) 청와대 인사 검증 과정에서 확인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최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 및 꼼수 증여 등의 의혹에 대해 검증 단계에서 알고서도 '문제가 없다'고 봤던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여당에서 부동산 정책을 관장할 국토부 장관 자리엔 '어렵겠다'는 이야기를 청와대에 전했고, 이후 청와대 기류가 바뀌었다"며 "최 후보자도 청와대와 여당의 방침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러나 윤도한 수석은 '최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나'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했다.

청와대는 강기정 정무수석을 통해 두 후보자의 낙마 발표에 앞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내용을 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는 "공식 발표 전에 두 후보자가 지명철회와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한다는 소식을 청와대로부터 들은 건 맞는다"며 "이에 대해 우리 당의 입장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조국 민정수석도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