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자신 사퇴하면서, 13개월간의 청와대 대변인 생활을 정리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투기 의혹에 대해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고 가겠다"며 건물 매입이 아내 주도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며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 또한 다 제 탓"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존의 전세 4억8000만원을 청와대 관사(官舍) 입주로 아끼면서 건물 구입에 활용하고 대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세부적 의혹에 대해선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농담을 전제로 "보도를 보니 25억원을 주고 산 제 집이 35억원, 4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며 "사고자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시기 바란다. 시세 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다"고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감정적으로 흐르고 날 선 말들이 튀어나왔다. 다 제 미숙함 때문이다.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자신의 투기 의혹을 인정하거나 이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작년 7월 文대통령과 김의겸 - 서울 흑석동 재개발 지구 내 25억원 상당의 건물을 구입해 투기 의혹을 받은 김의겸(오른쪽)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전격 사퇴했다. 사진은 작년 7월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해군 참모총장 진급 및 보직 신고식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했던 김 대변인의 모습.

김 대변인은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보수 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었고, 그렇지 않은 언론사라도 잘못된 주장에 휩쓸리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데스크로부터) 내려오는 지시에 한 번만 의문을 달고, 한 번만 더 생각하고 기사를 써달라"고 했다. 그는 자신을 '까칠한 대변인'으로 부르며 "춘추관에 나와 있는 여러분이 싫어서는 결코 아니며 여러분 뒤에 있는 보도 책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찬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했다. 김 대변인은 기자실에 들러 "대통령이 어디서 살 거냐고 걱정을 해주시더라"며 "어머니 모시고 살려고 건물을 매입했는데, 이제 어머님 집으로 들어가야 하나 싶다"며 웃기도 했다.

한겨레신문 재직 때 '최순실 사건'을 취재했던 김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대변인 후보 1순위로 거론됐었다. 그러나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에 대한 비판과 함께 '논공행상(論功行賞)' 논란이 제기되면서 7개월 동안 야인으로 지냈다. 김 대변인은 작년 2월 결국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됐다.

김 대변인은 재임 중 정권 '보호'와 관련된 문제라면 거친 언어로 '돌격대'를 자처했다. 김태우 전 특감반원이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제기했을 때 김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DNA론'을 제기했다. 특감반 문제를 보도하자 "언론들이 김 수사관 말에 휘둘려 왔다"고 했다. 김 수사관이 환경부 등의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자 김 대변인은 "블랙리스트가 아닌 체크리스트"라고 대응했다.

김 대변인은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 보도에는 "기사 쓸 게 참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도 했다. 작년 8월 우리 국민의 리비아 피랍 때는 "사막의 침묵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가 타들어가는 목마름을 몇 모금의 물로 축이는 모습" 같은 논평을 냈다. 그러나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에 시(詩)를 읊었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피랍 국민은 아직도 석방되지 않았다.

야권과 비판 언론과 대립했던 김 대변인에 대해 문 대통령은 각별한 신뢰를 보냈지만, 일부 자신의 상급자들과는 브리핑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대변인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 그의 사퇴 등 거취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대통령의 '입'도 결국 현 정부가 전쟁을 선포했던 '부동산 투기' 문제에 발목이 잡혀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