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침입 사건 용의자들이 당시 자신들의 범행 장면을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28일(현지 시각)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가 보도했다. 수사 당국은 용의자들이 범행에 자금을 대준 인물 또는 단체에 ‘증거 제출용’으로 동영상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매체는 스페인 수사당국자들을 인용,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닷새 전인 지난달 22일 일어난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침입 사건의 용의자들이 초소형 동영상 카메라를 갖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엘파이스는 범행을 지시하거나 자금을 댄 사람에게 증거용으로 주려고 했던 것 같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수사 코드명을 한국어 ‘놀라다’에서 따온 ‘놀란(Nollán)’이라고 짓고 수사에 착수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 앞에서 한 대사관 직원이 기자들에게 사진을 찍지 말라고 말하는 모습.

스페인 사법당국에 따르면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괴한은 한국·미국·멕시코 국적자 10명이다. 용의자들은 대사관에 들어가 "핵·무기 개발 관련 정보를 내놓으라"며 직원들을 결박, 폭행했다. 또 컴퓨터·휴대전화를 비롯해 서류, 폐쇄회로(CC)TV 영상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훔쳐 간 것으로 파악됐다.

반북(反北) 단체 ‘자유조선’은 이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유조선의 전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2017년 암살된 후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보호해 온 ‘천리마민방위’다.

자유조선은 이달 20일 김정은 조부인 김일성 주석과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훼손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때문에 이 영상이 북한대사관 침입 당시 촬영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돌았지만 현지 경찰 소식통은 "용의자들이 찍은 건 공개된 영상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엘파이스는 또 소식통을 인용, 북한대사관 사건 주범인 멕시코 국적 ‘에이드리언 홍 창’이 유명한 ‘북한인 용병’이라고도 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홍 창은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로, ‘북한 자유(Liberty in North Korea·LiNK)’란 이름의 비정부기구(NGO) 설립자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사건 이틀 전인 2월 20일부터 사건 당일까지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시내를 돌아다니며 권총 6정, 권총집 5개, 전투용 칼 4개, 고글 4개, 수갑 등을 미리 구입해 치밀한 사전 준비하에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녹음 파일 등의 정보를 넘기기 위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