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네 번째 별(챔피언전 우승 상징)을 달았다.
정규리그 우승팀 흥국생명은 27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한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1(15―25 25―23 31―29 25―22)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2008~09 시즌 이후 10년 만에 우승이다. 또 12년 만에 흥국생명을 통합우승으로 이끈 박미희 감독은 한국 4대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에 등극한 여자 감독이 됐다.
◇챔피언이 된 분홍 거미…이재영MVP
우승 선봉장은 '핑크 폭격기' 이재영(23)이었다. 프로 입단 5년 만에 첫 우승은 물론 챔프전 MVP(최우수선수) 영예까지 품에 안았다. 그는 챔프전 4경기 동안 107득점, 블로킹 17개, 리시브 103개, 디그 77개로 40% 넘는 공격 점유율을 책임졌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공격 정확도와 수비 집중력이 더 올라갔다. 2년 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프전에서 IBK기업은행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픈 기억이 이번 챔프전에 뛰는 각오를 남다르게 해줬다. 이재영은 "우리 팀에 나를 받쳐주는 선수들이 많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디그 여왕' 김해란(35)도 17년 만에 첫 우승 반지를 꼈다. 그는 국가대표 리베로로 뛰고도 리그 우승과 유독 연이 없었다. 엄마가 되는 꿈을 위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그에겐 완벽한 피날레였다. 그는 이번 챔프전에서만 디그 100개를 했다.
FA로 이번 시즌 흥국생명에 합류한 김세영과 김미연도 제 몫 이상을 했다. 흥국생명은 작년 시즌 높이에 허점을 드러내며 블로킹 부문 꼴찌(세트당 1.706개)를 했다. 팀 성적도 꼴찌였다. 올해는 베테랑 김세영이 가세하면서 1위(세트당 2.297개)가 됐다. 김미연은 공수에서 부지런히 이재영의 짐을 덜었고, 외국인 선수 톰시아가 챔프전 81득점을 하며 공격력을 높였다.
◇유리천장 깬 박미희 감독
1980년대 '코트의 여우'로 이름 날렸던 박미희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유리천장을 깼다. 앞서 여자배구에서 조혜정(GS칼텍스) 전 감독과 여자프로농구 이옥자(KDB생명) 전 감독 등이 여성 프로 사령탑에 올랐지만 모두 한 시즌 만에 사퇴하며 한계를 보였다. 박 감독은 이번에 국내 4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 사상 최초로 통합 우승을 이룬 여성 감독이 됐다. 선수들에게 호통치기보다 목이 쉬도록 선수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동기 부여를 해주는 '엄마 리더십'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박 감독은 "여성 감독으로서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며 "선수 때 경험했던 우승과는 비교도 안 되게 기쁘다"고 했다.
준우승에 머문 도로공사는 지난 플레이오프부터 12일간 7경기 31세트를 소화했다. 세터 이효희(39)와 정대영(38) 등 베테랑 주전들이 바닥까지 떨어진 체력으로 악착같이 버텼으나 기적 같은 우승은 없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굉장히 힘들고 아팠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독하게 견뎌준 선수들이 정말 고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