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청문회서 "황교안에게 김학의 CD 꺼내 보였다" 했다가
몇 시간 뒤 기자들 만나선 "CD 보여준 건 아니다" 말 바꿔
자유한국당, "박영선 후보자, 내뱉은 말에 죗값 치러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013년 3월 당시 황교안 법무장관(현 자유한국당 대표)을 따로 불러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접대 의혹이 담긴 동영상 CD를 꺼내 보이며 임명을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기자들을 만나서는 CD를 꺼내 보인 적은 없다고 앞서의 청문회 발언을 정정했다. 자유한국당은 "박 후보자는 소설을 쓰며 쇼를 한 데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가 27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오후 인사청문회에서 "(2013년 3월 당시) 황 장관이 국회로 온 날 법사위원장실로 따로 불러 제보 받은 동영상 CD를 꺼내 보이고 '제가 동영상을 봤는데 몹시 심각하다. 김 전 차관이 임명되면 문제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당시 법무부를 관할하는 국회 법사위원장으로서 김 전 차관 의혹을 밝혔어야 했다는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황 대표는 그간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해 "검증 결과 문제가 없다고 들어서 임명됐고, 임명 뒤 의혹 제기가 있었고 본인이 사퇴한 게 전부"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박 후보자 말은 황 대표가 김 전 차관 임명 전부터 그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박 후보자는 이날 "당시 법사위원장으로서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는 소상히 알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이 일을) 말하면 방향이 다를 것 같다"며 "기회가 되면 소상히 말하겠다"고 했다. 그는 청문회 정회 때 기자들과 만나 "(황 장관에게 김 전 차관 임명을 만류한 건) 황 장관이 장관으로 임명된 뒤였다"며 "(내가 본 CD 영상에서) 김 전 차관을 육안으로 식별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 주장에 황교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택도 없는 소리, 무슨 소리 하는 거냐"며 "그런 CD를 본 적이 전혀 없다. 왜 법사위원장실에서 CD를 보나"라고 했다. 황 대표는 그동안에도 "검증 결과 문제가 없다고 들어서 임명됐고, 임명 뒤 의혹 제기가 있었고 본인이 사퇴한 게 전부"라고 했다.

그러자 박 후보자를 다시 만난 기자들이 '황 대표에게 CD 현물을 보여준 게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후보자는 "그건 아니다. (내 보인 게 아니라)갖고 있다"며 "(당시 CD가) 책상에 있었다"고 했다. 'CD도 안 보여주고 재생도 안 했다는 거냐'는 질문에 "그럼요"라고 했다. 황 대표에게 CD의 실물을 보여준 적은 없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에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저녁 논평을 내고 "대체 국회와 국민을 뭐로 보고 제보 받은 동영상 CD를 보여줬다며 소설을 쓰고 기가 찬 쇼를 벌이려는 것인가"라며 "박 후보자는 본인이 내뱉은 말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장에서 위증, 허위사실 유포를 범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전당인 국회를 우롱한 대국민 기만으로 반드시 그에 걸맞은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2013년)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성접대 동영상을 박 후보자와 공유했다"며 "박 의원이 이 자료를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에게 이야기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지난 20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