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앱 통해 접근...137명에게 9000여만원 사기
직접 만난 여성엔 "성관계 동영상 유포" 협박

충북 청주상당경찰서 전경.

김모(22)씨는 지난해 2월 채팅앱을 통해 20대 여성 A씨에게 접근했다. 직업이 없는 김씨는 ‘아이돌 연습생’이라고 속였다. 두 사람은 앱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만남을 이어갔고, 한 달 만에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그러자 김씨는 A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급히 마련한 돈 300여만원을 연인 김씨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돈을 받은 김씨는 A씨와 연락을 끊고 사라져 버렸다.

김씨는 이런 수법으로 20대 여성 130여 명에게 접근했다. 가상 공간에서 김씨는 매너 좋고 달콤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자상한 남자였다. 여성들은 그런 김씨에게 아무런 의심 없이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아무런 의심 없이 그에게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을 빌려줬다. 하지만 김씨를 직접 만난 여성은 고작 3∼5명뿐이었다. 대부분 채팅앱으로만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김씨는 현실에선 ‘흉악한 남자’이기도 했다. 그는 직접 만난 여성 가운데 1명에게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2017년 경찰에 붙잡혔지만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2년 가까이 도망을 다녔다. 경찰에 쫓기면서도 사기 범행은 계속됐다고 한다.

김씨가 대구 모텔 주변에서 배회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지난 24일 대구에서 김씨를 검거했다. 그는 도피 생활을 하면서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도 쓰지 않았고 은행 거래도 하지 않았다. 채팅도 PC방에서 했고, 숙식은 매일 모텔을 옮겨 다니며 해결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빌린 돈은 모두 생활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사기·협박 등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채팅앱에서 만난 20대 여성 137명에게 모두 9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