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에 희생된 장병들을 추념하기 위한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이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올해로 4회째인 기념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 피우진 보훈처장 등이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했다.

이낙연 총리는 기념사에서 "서해의 용사들이 꿈꿨던 것도 평화요, 끝내 지키려 했던 것도 평화"라며 "우리가 용사들의 거룩한 희생에 보답하는 길은 항구적인 평화의 정착"이라고 했다. 이어 "긴장의 바다에 지난해부터 변화가 생겼다"며 "잇따른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으로 서해를 비롯한 한반도 전역의 바다와 땅과 하늘에 총성이 멎었다"고 했다. "네 번째 서해 수호의 날에 서해 용사들을 기억하며 평화와 번영의 조국을 용사들 영전에 바칠 날을 하루라도 앞당기겠다고 맹세하자"고도 했다.

22일 제4회 서해 수호의 날을 맞아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전사 장병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 직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둘러보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은 다른 국내 일정에 참석하느라 이날 기념식에 불참했다.

여야(與野) 5당 대표 중 참석자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유일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도 이날 기념식에 불참했다. 민주당에선 윤호중 사무총장, 안규백 국방위원장 등 5명만 기념식을 찾았다. 정의당·민주평화당 지도부도 오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에선 황교안 대표 등 8명, 바른미래당에선 유승민 의원 등 5명이 참석했다.

기념식 사회는 KBS 엄지인 아나운서와 함께 충북 옥천고 3학년 김윤수군이 맡았다. 김군은 지난해 천안함 용사들의 희생을 추념하기 위해 추모 티셔츠를 만들고, 판매 수익금 330만원을 천안함재단에 익명으로 기부한 사연이 알려져 이날 사회자로 발탁됐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천안함 전사자 문영욱 중사의 사연을 담은 뮤지컬 형식의 공연 '소년의 꿈'이 진행됐다. 유족과 참전 전우 대표 등이 '서해 수호 55용사'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는 '롤콜(Roll call)' 행사도 열렸다. 대전한빛고 학생들은 전사자들의 사진을 들고 서서 함께 추모했다. 그러자 자리를 지키던 유가족들이 차례로 눈물을 흘렸다. 지켜보던 해군·해병대 장병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기념식이 끝난 뒤 유가족들은 전사자 묘역을 찾았다.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는 아들의 묘비 앞에 서서 "아들아, 하늘에서 아버지와 함께 잘 있어라.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자"고 했다. 박경수 상사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아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이제야 실감한다"고 했다.

같은 시각 대구로 향한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 글로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바다를 지키며 산화했지만 바다와 함께 영원히 기억될 젊은 용사들의 이름을 떠올려본다'며 '우리의 소중한 아들들을 깊이 추모한다. 모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영웅들'이라고 했다. 처음 메시지에선 '연평도 폭격'이라고 썼다가 '연평도 포격'으로 바로잡았다.

야당에선 "대통령이 북한 눈치를 보느라 불참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목숨을 바친 55명의 호국 영웅, 이 별들을 우리가 잊어서야 되겠느냐'며 '달은 뜨지 않았지만 하늘은 뜨거운 별들로 가득하다'고 했다. 달(Moon)은 문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기념식 참석 후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취임 후 한 번도 (기념식에)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고 썼다. 유 의원은 이날 전투 등 직무 수행 중에 다치거나 숨진 국군 장병을 국가보훈처가 의무적으로 국가유공자로 신청·등록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유공자예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