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총체적 위기 국면이다. 탈출구가 잘 안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가진 카드는 두 개였다. 하나는 ‘북한 김정은’, 하나는 ‘성장주도 민생’이다. 두 카드가 모두 ‘결과 제로(zero)’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갖은 애를 써도 김정은은 서울에 오기 힘들 것이다. 문 정부가 미국의 신뢰를 바닥까지 잃어버리는 순간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중재자로서 이용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문 대통령을 중재자로 생각한 적도 없다고 한다. 어제 문화일보는 워싱턴 당국자를 인용해 1면 톱을 썼다. 미국 외교 당국자가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다 싫다"고 했다는 것이다. 오늘 동아일보 1면 톱은 ‘북한이 괌·하와이 전략무기 철수까지 요구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무슨 수로 이런 요구까지 들어줄 힘이 있는가. 턱도 없는 일이다.

지금 경제는 정말 큰일이다. 수출이 4개월째 계속 내리막이다. 노조에 발목이 잡힌 정권을 믿을 수 없기에 대부분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작년 12월 강제 퇴직이 35%나 늘었다. 숫자로 따지면 16만4400명이 길거리로 내몰린 것이다. 2차 최저임금 인상이 몰고 온 쇼크는 더 심각하다. 폐업한 자영업자가 무려 77%나 급증했다. ‘최저임금’ 정책이 최저 계층과 영세 자영업자를 길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 같으면 벌써 폭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몇 가지 짚어 보겠다.

첫째 자기 완결성이 없다. 어떤 정책이든 그걸 꺼내들었으면 스스로 결말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미세 먼지를 30% 감축하겠다고 했다. 그러려면 화력 발전소를 급격하게 줄여야 한다. 화력 발전소를 줄이면 탈(脫) 원전 정책을 계획대로 밀어붙일 수가 없다. 비싼 연료로 대체하다 보면 한국 전력은 적자가 되고 미세먼지도 줄지 않는다. 벌써부터 정부는 스텝이 꼬여버렸다. 자기 완결이 안 되는 것이다. 중국과 정상회담에서 미세 먼지를 의제로 다루려면 아주 꼼꼼하고 반박이 불가능한 데이터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게 없다. 문재인 정부는 ‘과학기술 마인드’가 아니라 ‘공감과 감성 행동’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아마추어 낭만파들이 정국을 이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화 외교장관은 우리 먼지도 중국에 간다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모화사상을 가진 사람인지 어느 나라 외교장관인지 알 수가 없다. 건국대 이종필 교수는 최소한의 자기완결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최근 만난 어느 기업 대표는 ‘김광일의 입’에게 직접 하소연을 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은 하나같이 직원들을 증원할 수 없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늘리는 게 최우선이라고 한다. 말로는 채용을 늘리라고 하는데, 막상 내놓는 정책은 하나같이 반대로 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이 기업체 대표는 정부 규제를 벗어나려면 그동안 한 식구처럼 지내온 직원 30명을 잘라야 한다고 했다. 그 대표는 울고 싶은 심정이다.

현 정부는 탈출 카드로 보이는 몇 가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첫째 정치적 탈출 카드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다. 그의 성 접대 의혹 사건은 이미 10년 전에 조사가 끝난 일이다. 지금 그것을 다시 전면전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황교안 야당 대표와 연결고리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당시 황교안·김학의는 법무부 장·차관이었고, 또 고등학교 동창이고, 또 사법연수원도 비슷한 시기에 통과했다. 이해찬 여당 대표도, 황교안 야당 대표도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지휘사령탑이다. 총선 때까지 황 대표의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하나 채워놓으려는 전략처럼 보인다.

또 하나 카드는 치졸한 ‘관제 민족주의’로 불을 지피는 것이다. 지지층에게 앰플 주사를 놓는다. 대통령 지지율 40%대 유지를 위해 필요한 방책이라고 본 듯하다. 대통령은 ‘친일 세력이 독립 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붙였다’고 했다고 했다. 이 정부는 줄곧 ‘친일 잔재 청산’에 목을 맨다. ‘친일 작곡가의 교가도 바꿔야 한다’고 한다. 심지어 ‘학교에서 전범기업 일본 제품에 스티커를 붙이자’는 조례를 만들려고 한다. KBS는 ‘이승만 대통령을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는 도올 발언을 방송에 그대로 내보냈다. 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라고 했던 외신 기자를 매국노라는 지칭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현 정권이 ‘관제 민족주의’를 가장 유치한 형태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증거다.

유럽의 대표적인 석학인 슬라보예 지젝은 "각국의 좌파 자유주의 정치 세력이 민생과 괴리된 맹목적 정책을 펼치면서 극단주의 세력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지젝은 "좌파들은 효율적인 경제발전 모델도, 더 나은 정책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위기는 또 있다.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숙어들 줄 모른다. 딸 다혜씨는 살던 집을 왜 부부 간 증여 방식으로 매각했는지, 왜 작년 동남아로 이주했는지, 대통령 외손자는 왜 돈이 많이 드는 국제학교에 입학했는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경호비용은 괜찮은 것인지, 사위가 다녔던 업체는 특혜가 없었는지, 사위가 "모 항공사에 특혜 취업했다"는 의혹은 어찌 된 것인지, 딸 다혜씨가 한국으로 들어와 현 정권 실세들과 연관된 병원에서 치료받고 출국했다는 소문은 어찌된 것인지, 아들 준용씨의 채용 비리 의혹은 말끔히 해결됐는지, 청와대는 답이 없다. "탈법 없다" "사생활이다"라고 하다가 "책임을 묻겠다"고 협박한다.

김두식 교수가 말한 ‘지랄 총량의 법칙’에 빗대 ‘대통령 가족이 치는 사고 총량의 법칙’이란 칼럼까지 나왔다. 문 대통령이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아질 것 같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