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난데없이 "마약도 한류(韓流)"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12일 일본의 유명 가수 겸 배우 피에르 타키(52)가 수년간 코카인을 흡입해온 혐의로 체포된 현장에서 한국 지폐가 나온 게 발단이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피에르 타키는 자신의 집에서 긴급 체포됐는데, 거기서 동그랗게 말린 한국 1000원권 지폐 몇 장이 나왔다. 이 지폐에서 코카인이 미량 검출됐다는 것이 알려지자 NHK 등 일본 언론들은 "타키가 코카인을 흡입하는 데 한국 지폐를 썼을 것"이라고 추측성 보도를 했다. 실제로 미국에선 코카인을 코로 흡입할 때 지폐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몇몇 일본 방송은 아예 스튜디오에서 한국 지폐로 마약을 마는 시범까지 보이면서 "한국 지폐가 일본 지폐보다 재질이 얇고 부드러워서 (마약을) 더 잘 말 수 있다"는 식의 보도도 내놓고 있다. 이 일이 알려지면서 일본 소셜미디어에선 "한국의 1000원은 일본의 100엔이니 마약을 피우는 데 한국 지폐를 쓰는 게 돈을 더 아낄 수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마약 흡입하는 데는 한국 지폐가 제일이라는 게 정설'" "마약 커뮤니티에서도 한국 지폐를 쓰는 사람이라면 완전 중독자로 인정받는데 타키도 그런 것 같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수천 회씩 공유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한국 연예계를 강타한 '승리 게이트' 역시 마약과 연관이 있는 데다가, 승리 역시 해외에서 코카인을 흡입했다는 진술까지 나온 게 알려지면서 '마약 한류'라는 말이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승리가 소속된 보이 그룹 '빅뱅'은 2017년까지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면서 수차례 전국 투어를 여는 등 톱스타 대접을 받는 아이돌 그룹이었다. 게다가 승리는 가수 활동뿐 아니라 일본의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자나 게스트로 꾸준히 출연하면서 일본에서도 상당히 알려진 한국 연예인이었다. 아사히 등 일본 현지의 주요 언론도 지난 2~3주간 '승리 게이트'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일부 일본 연예 매체나 네티즌은 승리와 피에르 타키가 외모가 닮았다면서 피에르 타키의 마약 사건을 '일본판 승리 사건'이라 지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일본 언론과 네티즌의 반응이 혐한 감정을 부추기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아직 한국 지폐가 마약 흡입에 쓰였다는 결정적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니고, 마약을 흡입하는 데 한국 지폐가 널리 쓰인다는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2ch' 등 일본의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에 대해 "별 연관도 없는 마약과 한류를 엮어서 한류를 폄훼하려는 모습 같아 불편하다" "일반인들은 몰라도 일본을 대표한다는 언론까지 나서서 한국 지폐로 마약을 마는 걸 보여주며 혐한 감정을 홍보하는 거냐"는 등 비판 글이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