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라스트 미션
여유를 즐길 것. 잘못하면 사과할 것. 그리고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을 사랑할 것.
'라스트 미션'(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은 아흔 살 거장의 인생 철학이 담긴 로드 무비다. '그랜 토리노' 이후 10년 만에 이스트우드가 연출 겸 주연배우로 나섰다. 늘그막에 이르러서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가장을 연기했다.
평생 꽃을 돌보며 미국 전역을 쏘다닌 원예사 얼 스톤. 영화는 그가 백합 경연 대회에서 금메달을 받느라 하나뿐인 딸의 결혼식을 놓치는 과거 장면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꽃도 인터넷으로 사고파는 시대. 그의 전성기도 막을 내린다. 화훼 농장에는 압류 딱지가 붙고 손녀 결혼식에 술 몇 병 보태기도 버겁다. 그런 그에게 마약 운반 제의가 들어온다. 미국 일리노이부터 멕시코를 오가며 마약 수백㎏을 옮기고, 어느새 1등 마약 운반책 '타타'(스페인 은어로 '할아버지'라는 뜻)로 이름을 떨친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실린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단순한 얘기지만 영화는 지루하지도 실망스럽지도 않다. 사방팔방 쏘다녀 본 노인은 근방에서 가장 맛있는 풀드 포크(pulled pork) 샌드위치 맛집을 아는 연륜을 지녔고, 트렁크에 마약 수십㎏을 싣고도 재즈 음악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거릴 만큼 여유롭다. "요즘은 검둥이(negro)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는 지적에 멋쩍게 웃으며 수긍할 줄도 안다. 멋과 흥을 아는 나이에 다다른 노인이 어쩐지 사랑스러울 지경. 물론 그가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범법 행위에 대한 죗값을 치르는 어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이스트우드가 느긋하게 늘어놓는 인생 넋두리는 귀여우면서도 짠하고, 한편으론 묵직한 울림까지 선사한다.
오페라 | 오페라 카니발 2019
"이것은 축제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주역으로 떠오른 소프라노 캐슬린 김, 빈 국립 오페라극장 전속 가수인 테너 정호윤 등 세계를 사로잡은 오페라 주역들과 테너 김승직, 바리톤 조병익, 베이스 고우림 등 차세대 예비 스타가 한자리에 모인다. 23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오페라 카니발 2019'.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과 로시니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등에 나오는 신나고 유쾌한 아리아와,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와 베르디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 등 극적이고 화려한 아리아와 이중창도 선보인다. 지휘자 김덕기가 코리아쿱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콘서트 | 마들렌 페이루
프랑스 정취에 흠뻑 빠지고 싶다면 눈을 감고 이 재즈 디바의 목소리를 음미하시길. 재즈 보컬리스트 마들렌 페이루가 처음으로 단독 내한 공연을 연다. 데뷔 시절부터 '빌리 홀리데이의 환생'으로 불렸고 거칠지만 따뜻한 창법으로 종종 에디트 피아프와도 비견된다. 미국인이지만 10대 시절을 프랑스 파리에서 보냈고 거리의 음악가들과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해왔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OST에 참여해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도 올랐다. 이번 공연에서는 정통 재즈에서는 조금 벗어난, 그만의 독창적인 현대 팝 감성도 느낄 수 있을 것. 23일 오후 8시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뮤직라운지바 루빅.
뮤지컬 | 킹아더
파격적이고 신선하다. 지난 14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프랑스 뮤지컬 '킹아더'는 기존 뮤지컬 문법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적잖이 당황스러울 작품이다. 영국 건국 신화인 아더왕 전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줄거리 말고는 모든 것이 새롭다. 후렴구가 귀에 착착 감기는 넘버들은 대중가요를 떠올리게 하고, 곡예와 브레이크댄스가 쉴 새 없이 등장하는 군무 장면 역시 아이돌 무대를 보는 것 같다. 반구형 무대의 절반을 3D 영상으로 채워 서사를 전달하는 무대 연출 역시 생경하긴 마찬가지. 호불호가 갈릴 만한 뮤지컬이지만, 새로운 형식의 공연에 목마른 관객이라면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이번이 한국 초연. 공연은 6월 2일까지.
전시 | 나나랜드展
로또 추첨 기계에 손을 넣는다. 활자가 적힌 공을 뽑아 차례로 조합한다. 그 단어를 새 이름으로 삼는다. 이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는 구혜영 작가의 작품 '작명쇼'다. 내 의지가 결여된 현재의 이름(나)을 고찰토록 고안됐다. 구 작가가 이 기계로 얻은 새 이름은 '통쫘'다.
‘나’와 ‘1인’의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기획전 ‘나나랜드’가 서울 사비나미술관에서 7월 7일까지 열린다. 유리 큐브 안에 동전 노래방을 설치한 고재욱의 ‘DIE for’, 펼치면 침대로 변하는 김승현의 여행 가방 ‘모바일 홈 키트’, 1인용 섬을 만들어 바다 여행을 떠난 안티 라이티넨의 영상 ‘Voyage’…. 원래 전시장도 혼자 가는 것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