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정보다는 승리'. 2019 프로야구 개막을 이틀 앞둔 21일 10개 구단의 사령탑과 선수들은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승리욕을 드러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작년 정규 시즌 1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한 두산 김태형 감독은 "저와 인연이 있는 한용덕 한화 감독, 이강철 KT 감독, 김현수(LG), 양의지(NC)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한 감독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두산 코치를 지냈다. 이 감독은 2018년 두산 수석 코치였다. 김현수와 양의지는 두산의 연고지 스타 출신이다. 김태형 감독은 "한용덕·이강철 감독을 코치로 쓰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두 감독과 양의지·김현수는 두산과 경기할 때 살살해 달라"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두산에 앞서 넥센(현 키움)에서도 수석 코치로 염경엽 감독(현 SK 감독)을 보좌했다. 이 감독은 "염경엽·김태형 감독이 없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면서도 "어떤 팀을 만나건 승부는 똑같이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양상문 롯데 감독과 이동욱 NC 감독도 인연이 깊다. 양 감독이 2003년 롯데 사령탑으로 오른 뒤 당시 선수였던 이동욱에게 지도자를 권유했다. 양 감독은 "이 감독은 서른한 살에 코치를 시작했다. 성실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좋아 지도자 데뷔를 도왔다"면서 "라이벌로 만난 NC와는 8승8패를 거두고 싶다"고 했다. 이 감독은 "항상 은인으로 생각하는 양 감독님이 라이벌로 생각해주셔서 고맙다"며 "우리도 롯데와 8승8패를 목표로 하겠다"고 화답했다. 류중일 LG 감독과 김한수 삼성 감독은 삼성에서 감독·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다. 김기태 KIA 감독과 양상문 롯데 감독에겐 LG 사령탑을 역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3년 만에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SK 김광현(사진 왼쪽), 2년 연속 개막전 홈런을 노리는 KT 강백호(사진 오른쪽).

염경엽 SK 감독은 LG에서 프런트(스카우트팀·운영팀)와 코치로 경력을 쌓았다. 그가 넥센 감독 시절 운영팀장이 장정석 현 키움 감독이다. SK 단장을 거쳐 신임 사령탑에 오른 염 감독은 이날 10개 구단 감독 중 가장 긴 출사표를 띄워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트레이) 힐만 감독이 감동적인 경기로 팬과 선수들에게 좋은 선물을 안겼다. 우리 선수단이 (전지훈련) 캠프부터 시범 경기까지 감독에게 기대감을 안겼다. 수비와 중간 투수 부분을 열심히 준비했다. 어린 투수들은 목표 의식을 갖고 시즌을 맞는다"고 말했다.

선수들 입심은 감독보다 좀 더 날카로웠다. 작년까지 두산에서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투수 유희관과 포수 양의지는 올해 '적'으로 만난다. 두산 유희관은 "한 팀으로 같이 뛸 땐 자체 청백전에서 유독 의지에게 약했다"면서 "올 시즌 홈런을 맞느니 사구(몸 맞는 공)로 내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와 NC와 4년간 125억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맺은 양의지는 "(유)희관이 형이 워낙 강속구 투수이니 직구 타이밍을 잘 맞춰 공략하겠다"고 받아쳤다. 제구력은 갖췄지만 느린 공을 던지는 유희관을 치켜세우는 듯하면서 은근히 놀린 것이다.

2015년까지 두산에서 뛰었던 LG 김현수도 가세했다. LG 주장인 김현수는 "작년에는 양의지가 포수였기 때문에 공략하기 어려웠지만, 올해는 양의지도 빠졌고, (유)희관이 형도 힘이 많이 빠진 것 같으니 16전 전승하겠다"고 포부를 폈다. LG는 지난 시즌 '잠실 라이벌' 두산에 1승15패로 유독 약했다.

이날 10개 구단은 23일 개막전 선발 투수도 예고했다. 10명의 투수 중 국내 투수는 SK 김광현과 KIA의 양현종, 둘뿐이다. 두 선수가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건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김광현과 KT 강백호의 대결도 관심을 모은다. 강백호는 지난 시즌 개막전에서 KBO 사상 첫 신인 데뷔 타석 홈런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