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년 전 사진 속 흑인 노예 ‘파파 렌티’는 제 할아버지입니다. 그의 존엄성을 되찾고 싶어요."

미국 하버드 대학이 1850년쯤 촬영된 노예 사진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는 이유로 제소를 당했다고 AP·CNN 등이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문제가 된 사진들은 미국 흑인 노예 모습을 보여주는 최초의 사진으로 추정된다. 하버드대 인류학 교수였던 루이스 애거시즈가 사진사에게 의뢰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촬영한 것이다.

자신을 사진 속 흑인 남성 노예의 직계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코네티컷주(州)에 사는 타마라 라니어는 하버드대 상대로 매사추세츠 주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노예 사진 반환을 거듭 요청했지만 대학측이 사진들을 부당하게 점유했고 학술회의나 출판물에 사진들을 사용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흑인 노예는 렌티(오른쪽)와 그의 딸 델리아.

라니어는 소장에서 애거시즈 교수가 노예들 동의를 얻지 않은 만큼 합법적으로 사진을 소유한 적이 없으며 하버드대의 권리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사진을 즉각 돌려주고 피해를 배상하라고 했다. 하버드대는 이와 관련 아직 소장을 받지 못해 논평할 수 없다고 답했다.

사진 속 흑인 노예는 렌티와 그의 딸 델리아다. 라니어는 렌티가 자신의 현조할아버지(고조할아버지의 아버지)라며 그를 ‘파파 렌티’라고 불렀다. 라니어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렌티는 노예 상인들에게 납치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농장에서 노예로 살았다. 렌티는 농장에서 비밀리에 성경 공부를 하고 다른 노예들에게도 공부를 알려줬다고 한다.

렌티는 알몸으로 델리아는 허리까지 옷이 벗겨진 채로 사진에 찍혔다. 다른 노예 11명이 발가벗긴 채로 세워져 사진에 찍혔다. 이를 두고 라니어 측은 "흑인의 생물학적 열등함을 표현하기 위해 동의나 보상 없이 벌거벗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사진 속 흑인 남성 노예의 직계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코네티컷주(州)에 사는 타마라 라니어는 하버드대 상대로 매사추세츠 주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진은 1976년 하버드대 부속 피바디 박물관 다락에서 발견된 후 대학이 주최한 학술회의와 대학이 발행한 출판물들을 통해 외부에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라니어는 "엄마는 어릴적부터 파파 렌티에서 시작해 우리 가족 역사를 말해줬다"며 "렌티의 존엄성을 되찾고 싶다"고 했다. 라니어 변호인인 벤 크럼프는 "이건 렌티와 후손을 위한 단순한 소송이 아니다. 미국 노예의 모든 후손들을 위한 소송"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존경받는 교육기관 중 한 곳이 기회주의와 탐욕, 심오한 도덕적 해이에 빠져있는 걸 알리는 일"이라고 했다.